아랍·이슬람 합동 특별 정상회의 공동 결의안
"안보리, 공격 멈출 구속력 있는 결정 내려달라"
'이' 단교 포함 5개 조항, 사우디 등 반대로 빠져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아랍 및 이슬람 국가 정상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며 이스라엘을 강하게 규탄하는 데 뜻을 모았다.
1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아랍권 국가 정상들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이슬람 합동 특별 정상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최종 공동 결의안을 발표했다.
결의안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략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비인도적인 학살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복수전을 (자위의) 전쟁으로 규정하는 걸 거부한다"며 "가자지구 포위 공격을 끝내고 식량, 의약품, 연료를 포함한 인도적 지원 호송대를 즉각 진입시켜라"라고 요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하도록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것도 촉구했다.
결의안은 "안보리가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병원 파괴를 비난하고 의약품, 식량, 연료 반입을 보장하는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며 "국제형사재판소도 이스라엘이 점령한 모든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모든 국가에 이스라엘에 무기 및 탄약 수출을 중단해달라고도 촉구했다.
정상들은 "정의롭고 지속적이며 포괄적인 평화가 지역 주민들의 안보와 안정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폭력과 전쟁의 순환으로부터의 보호는 이스라엘 점령을 끝내지 않고는 달성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점령 세력인 이스라엘이 인권을 탄압한 결과로 분쟁을 지속하고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규탄했다.
이번 회의에선 이스라엘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자는 요구도 제기됐지만, 사우디를 포함한 일부 국가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채널12의 아랍 문제 분석가 에후드 야아리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 참석한 국가 대부분 이스라엘과 모든 관계 단절을 포함한 5가지 조항을 성명에 포함하려 했다.
요구안에는 ▲미군 기지에서 이스라엘로 장비 이전 금지 ▲이스라엘과 모든 외교적·경제적 접촉 동결 ▲1973년 석유파동에 버금가는 석유 무기화 ▲아랍 국가 영공에 이스라엘 항공편 운항 금지 ▲휴전 추진을 위한 미국·유럽·러시아로 공동 대표단 파견 등이 담겼다.
하지만 사우디를 포함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수단, 모로코, 모리타니, 지부티, 요르단, 이집트가 반대하면서 결의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다만 이번 회의를 주최한 사우디는 이스라엘 규탄 목소리를 내는 데 같이 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은 정상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가 이번 전쟁에 이중 잣대를 갖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국제법 위반 관련 면죄부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점령 당국이 팔레스타인 국민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사우디는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 절차를 밟아왔다. 일각에선 하마스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알아크사 홍수' 기습 작전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건 이러한 양국 관계 개선 움직임을 방해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아랍연맹(AL)과 이슬람협력기구(OIC) 합동 특별 정상회의로 진행됐으며, 사우디·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이란·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 등 정상들이 참석했다.
사우디는 당초 AL과 OIC 정상회의를 별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통합해 개최했다. AL에는 사우디, 이집트, 시리아, PA 등 22개 아랍권 국가가 포함돼 있다. 이슬람 국가 최대 국제기구인 OIC에는 57개 국가가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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