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구조 분리 발주 건축법 개정반대" 건축단체 공동성명

기사등록 2023/11/09 15:13:46 최종수정 2023/11/09 16:31:30

건축사협회·건축가협회 등 건축법 개정안 '반대'

"법안 시행 된다면 앞으로 건축사 역할은 없어"

[서울=뉴시스]고가혜 기자=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왼쪽에서 세번째) 등 건축업계 유관 단체들이 건축구조 분리 발주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3.11.0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한 건축 유관단체들이 '건축구조 분리 발주'와 관련한 건축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대한건축사협회와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 한국건축설계학회, 서울건축포럼 등 유관 단체들은 9일 서울 서초구 건축사회관에서 "건축과 구조를 분리발주할 경우 국민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지고, 급기야 건축분야 상호협력시스템의 붕괴를 촉진할 것"이라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반대성명 공동발표에는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임진우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 ▲박현진 새건축사협의회 부회장 ▲신경선 한국여성건축가협회 부회장 ▲신창훈 한국건축설계학회 부회장 ▲박현진 서울건축포럼 이사가 참석했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건축물의 설계 및 공사감리시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구조 분야 설계와 감리를 별도 계약(분리발주)하도록 하고,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의 대행을 건축구조 분야 기술사사무소를 개설등록한 자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석정훈 회장은 "이번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본질은 어느 하나라고 얘기할 수 없이 총체적인 원인이고,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했는데 이것이 마치 건축과 구조의 문제로 국한되고 왜곡되는 것이 대단히 안타깝다"며 "이 법안이 시행이 된다면 앞으로 건축사의 역할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간 업역다툼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업역다툼은 서로 다른 별개의 집단에서 이뤄지는 것인데 건축과 구조는 분리를 할 수 없는 한 몸"이라며 "건축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가 구조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 또한 건축사가 해야 할 일인데, 이를 구조기술사가 (분리해서) 하는 것은 건축 전체 질서를 혼동시키는 일이고, 건축의 궁극적 목표 달성에 장애만 될 뿐이라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해당 법안과 관련해 국회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우리의 의사는 충분히 전달이 됐고, (의원실에서도) 법안의 문제점을 정확히 이해하신 것 같다"며 "이번사고의 원인을 단적으로 보면 (낮은) 대가의 문제와 건축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특히 감리의 독립성 문제가 있다. 정상적이고 안전한 건설현장 유지를 위해선 정당하고 합리적인 대가 수준이 유지돼야 하기에 민간 대가와 관련한 건축사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건축사협회 외에도 건축계 단체는 이번 건축법 개정안은 건축분야의 상호협력시스템의 붕괴를 일으키는 '건축생태계 붕괴 촉진법'이라며 상호협력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건축 프로젝트의 통합성이 상실되고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종합적인 전문성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반대성명 발표에 참석한 박현진 새건축사협의회 부회장은 "이번 법안은 LH 사건의 대책으로 마련하기에는 불합리한 법안이라고 보인다. 이 법안을 통해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한다고 하는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은 없고 계약 관계만 남아있다"며 "이번 사고는 설계, 감리, 시공 등에서 전체적으로 에러가 발생한 것인데, 꼭 이것이 건축사와 구조기술사들의 계약관계로 인해 발생한 것처럼 법안이 발의되면 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실질적으로 그 건축 서비스를 받는 국민과 많은 공공기관들은 더욱 혼란을 겪게 된다"고 짚었다.

신경선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 역시 "개정법안은 설계업무 범위 구분의 모호성으로 인해 책임 소재에 관한 분쟁과 업무 부실, 설계 및 공사기간 증가, 발주처의 행정업무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국민의 부담과 불편으로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 성명에는 ▲구조설계를 분리하는 것으로 건축물 안전이 해결될 수 없다 ▲건축분야 협력업무의 책임소재 불분명으로 그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된다 ▲건축구조기술사 인력부족으로 인해 분리 발주시 법안 작동이 불가능하다 는 내용이 담겼다.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한 건축계는 이를 통해 현재의 건축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국민의 안전과 건축물의 품질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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