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수사 무마' 양현석 2심 유죄…징역 6월 집유 1년

기사등록 2023/11/08 16:39:23 최종수정 2023/11/08 19:59:29

소속가수 수사 무마 위해 협박해 기소

1심 무죄 뒤집고 2심 징역형 집행유예

法 "진술번복, 법익 침해…죄책 무거워"

"협박, 충분한 '해악고지'로 인정 어려워"

[서울=뉴시스] 소속 가수의 마약 투약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양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비아이 마약 무마 혐의'와 관련 1심 무죄 선고를 받고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 2022.12.22.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박현준 기자 = 소속 가수의 마약 투약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2심은 양 전 대표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위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하고 면담강요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보복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한 1심을 유지했다.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이의영·원종찬·박원철)는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YG엔터테인먼트 전 직원 김모씨에 대해서도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YG엔터테인먼트 대표라는 점을 이용해 진술 번복을 요구하고 이를 방조했고, 이로 인해 (마약) 수사는 종결됐다가 재개 후 처벌이 이뤄지게 됐다"며 "수사 기관에서의 자유로운 진술이 제약됐을 뿐만 아니라 형사 사법 기능의 중대한 법익이 상당 기간 침해돼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행히 처벌이 이뤄져 국가 형벌권 행사에 초래된 위험이 크지 않고 피해자는 당심에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며 "피고인은 잘못된 믿음을 갖고 범행으로 나아갔던 것으로 보여 위력 행사의 정도도 비교적 중하지 않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

2심은 양 전 대표에 대한 특가법상 면담강요 혐의, 김씨의 경우 동법의 면담강요 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력이란 유·무형을 묻지 않고 사회·경제·정치적 지위·권세에 의한 압박을 포함하며, 이에 해당하는지는 제반 사정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인은 월등히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휘에서 피해자에게 영향을 미칠 권세도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피해자의 말(범행 진술)을 거짓말로 단정하고 질책하는 피고인의 발언은 상대방에게 심리적 부담과 압박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명시적으로 지위를 앞세우지 않더라도 위력 행사에 포섭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인은 소속 연예인들의 마약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리하고 있었고, 추가 확인 없이 피해자의 진술을 허위로 단정할 근거는 없었다고 보인다"며 "잘못된 믿음 아래 (범행을) 했더라도 진술 번복에 대한 위력을 행사한 이상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양 전 대표의 보복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양 전 대표의 발언이 공포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조사를 받으며 추가로 기억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진술 변화가 자연스럽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2시간 반 대화에서 피고인이 위압적인 말을 했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고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협박과 강요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양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8월 비아이가 마약을 구매해 흡입했다는 혐의와 관련, 공익제보자 A씨를 회유·협박해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경찰이 비아이의 마약 정황을 확보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았고, 양 전 대표가 이에 영향을 미쳤다며 2019년 6월 사건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제보했다. 이후 검찰은 수사를 통해 비아이와 양 전 대표 등 4명을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1심은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양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진술이 재판 과정에서 수차례 번복된 점, 이에 경찰 수사나 언론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는 점, A씨가 진술 번복에 따른 금전적 대가를 기대한 점 등이 당시 재판부가 밝힌 무죄 판단 근거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했고 항소심에서도 양 전 대표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 실형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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