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당직자 총사퇴에도 "김기현 책임져야" "당 흔들기" 내홍

기사등록 2023/10/15 16:45:15 최종수정 2023/10/15 16:54:04

김기현 '임명직 당직 사퇴'에도 논란 계속

여 중진들 "김기현, 결기 없으면 물러나야"

장예찬·이용 "당 흔들기…선당후사 보여달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철규 전 사무총장, 유상범, 강민국 전 수석대변인,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10.15.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국민의힘은 15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김기현 지도부의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 결정을 두고 내부 공방을 벌였다. 일부 중진 의원들이 김기현 대표 사퇴 등의 책임을 촉구하자, 일각에서 "당을 흔들고 있다"며 반발하는 등 설전이 이어졌다.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대표를 향해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앞서 전달할 결기가 있나"라며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것을 두고 누구를 손가락질할 것 없이 내 탓이고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며 "왜 졌는지도 분명하다. 보궐선거 내내 '힘 있는 여당 후보' '대통령과 핫라인'이라는 선거 전술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되었는지 되새겨보면 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용산 대통령실에 책임을 떠넘길 생각일랑 버려야 한다. 책임은 어디까지나 당에 있다"며 "국민의 심부름꾼이어야 할 당이 대통령실 뒤치다꺼리만 골몰하지 않았는지 되새겨보면 안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 대표를 향해 "집권당 대표 자리를 감당하기에 버겁다"며 "정부가 바른길을 갈 때는 확실하게 뒷받침하겠지만, 민심과 엇나갈 때는 야당보다 더 단호하게 바로잡겠다는 그런 결기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국민의힘이 만들어 낸 정부라는 책임감, 당당한 집권당, 이런 자세로 다시 시작하자"며 "연포탕(連包蕩)의 국민의힘을 만들겠다던 그 약속부터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4선의 홍문표 의원도 지난 13일 라디오에서 "7~8명의 당협위원장들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그분들이 이번에 (지도부가) 개혁하지 않고 슬쩍 넘어간다면 연판장을 받겠다고 했다"며 "책임자가 책임을 안 지고 미봉책으로 가면 원외위원장들이 연판장을 돌리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패전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라며 "부하에게 책임을 묻고 꼬리자르기 하는 짓은 장수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그 지도부 총선 치르기 어렵다고 국민이 탄핵했는데 쇄신 대상이 쇄신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나"라며 "모두 지도자답게 처신했으면 좋겠다. 그게 당과 나라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권과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총선"이라며 "모두 심각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파천황(破天荒)의 변화 없이는 총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적었다.

최재형 의원도 전날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국민의힘에 들려주는 목소리는 분명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임명직 당직자 사퇴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내린 사약을 영양제나 피로회복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죽어야 산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10.15. 20hwan@newsis.com

반면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제가 지도부의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은 당의 통합을 위해서였지, 지금처럼 '중구난방 흔들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며 '용산·지도부 책임론'을 비판했다.

그는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대통령부터 걸고넘어지는 못된 버릇은 버려야 한다"며 "지금 같은 대선과 지방선거의 압도적 승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용산의힘'이니, 대통령 책임이니 하는 자극적인 말로 당정 갈등을 부추기는 게 쇄신은 아니다"라며 "어려운 선거라고 뒤로 물러나 훈수만 두던 '웰빙'들, 야당과 싸울 때는 발을 빼다가 뒤늦게 신나서 떠드는 기회주의자들이 쇄신 흐름에 올라탈 자격이 있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치는 염치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 덕분에 정권교체를 하고 지방선거를 승리했다면, 어려운 상황에서 용산을 흔들기 전에 우리 역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용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제는 '원팀'으로 역량을 결집해 당을 정비하고 내년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며 "누구보다 당의 과거 분열 아픔을 잘 아시는 분들께서 중진으로 있으시면서도 이럴 때만 공개적으로 나서는 모습에 비통함마저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판장' 말씀하는 홍문표 의원님, '당 대표 사퇴하라'는 서병수 의원님께서는 어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셨나"라며 "당을 수습하기보다 내홍을 촉발해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선당후사와 솔선수범하는 자세부터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17.15%포인트(p) 차이로 완패했다. 당 지도부는 전날 김기현 대표를 제외한 임명직 당직자 전원 총사퇴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결국 김 대표와 대통령실 등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진행중인 비공개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김기현 체제'를 놓고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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