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갑질 저지른 복지부 서기관 국감 도마에 올라
부하 직원 '밥순이'로 불러…폭탄주 강권까지
[서울=뉴시스]이주영 인턴 기자 =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부하 직원에게 '애비 없는 애를 임신했다'고 폭언하거나 냉면 그릇에 탄 폭탄주를 마시도록 강요하는 등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그와 함께 일했던 주무관이 상사의 갑질에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유족 측이 주장했지만, 복지부는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A주무관의 극단적 선택을 내부 감사를 통해 조사하던 중 서기관 B씨의 갑질과 폭언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에 따르면 B씨는 식사 준비를 담당하는 주무관을 '밥순이'로 칭하거나, 혼인신고 전 임신한 직원에게 '애비 없는 애를 임신했다'고 말했다. 연봉 협상 대상인 공무직에게 '급여를 깎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지난 2월 숨진 A주무관 유족 측이 'B서기관에게 갑질을 당하다 목숨을 끊었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B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A씨의 사망과 관련해 B씨의 발언과 행동이 '갑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이후 국무조정실이 보완 조사를 요구해 밝혀진 A씨의 외래진료 기록부에 따르면 A씨는 "팀장이 공개적으로 욕을 하고 소리를 쳤다" "전임자가 해놓지 않은 일을 나에게 돌려 부당하게 질책했다"고 말했다.
한편 B씨가 지방 보건소장으로 파견을 간 곳에서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국무조정실 조사에서 추가로 밝혀졌다.
2022년 8월 B서기관은 냉면 그릇에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직원들이 돌려 마실 것을 3회에 걸쳐 강요했다. "회식 자리에서 먼저 자리를 뜨는 사람들 이름을 기억해 두겠다"며 술자리를 강요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B씨는 직원에게 개인 차량을 세차하고 주차하도록 지시하거나, 본인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부당 인사를 조치했다. 16회에 걸쳐 근무지를 무단 이탈하는 등의 행위도 벌였다.
해당 보건소에서 저지른 문제 행동이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B씨는 복지부로 복귀한 뒤 수도권 공항의 코로나19 이송지원팀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의원은 "파견 나간 공무원이 다른 기관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복귀했다"며 "복지부는 징계성 인사라고 하지만 이걸 징계라고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숨진 A주무관이 직장 상사의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를 일관되게 언급한 것이 진료 상담 기록에서 확인되지만, 복지부는 갑질이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자살 예방 주무 부처가 자살에 대해 무심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유족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철저하게 조사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 내부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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