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 후 재판 출석해 직접 발언 얻어
"檢 수사 말도 안돼" 비판…혐의 전면 부인
불구속 재판 중 정진상 안으며 위로 나눠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구속영장 기각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나타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발언을 통해 검찰 수사가 맹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수척한 모습으로 발언을 마친 이 대표는 재판부 요청 끝에 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껴안으며 말 없는 위로를 나눴다.
이 대표는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첫 재판에 출석해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 관련 "저에 대한 수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게 도대체 몇 년 째인가. 수십 명의 검사가 투입돼 수백 번의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며 "제가 살아 있는 한 (검찰이 수사를) 계속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이 대표가 이와 관련 공식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의 영장 심문 당시에도 이 대표의 발언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 심문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된 바 있다.
이 대표는 검찰 공소사실과 관련해 "상식적인 입장에서 말이 되는 소리냐는 생각"이라며 "민간사업자들은 제가 혐오해 마지않는 부동산 투기 세력이고, 이들이 성남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저의 내심의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그들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 본부장을 통해 부정거래를 했지만 저는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제 입장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바를 단 하나도 들어준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그들과 유착했다면 편의를 봐주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느냐"며 "얼굴 한번 본 적 없고, 녹취록에도 제가 그들을 얼마나 혐오하는지 그들까지 얘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그 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13년 전 제가 그들과 유착이 됐다고 하는지 모멸감을 느낀다"며 "제가 이들의 입장을 고려할 상황이었다면 조용히 수의계약을 하면 되는데, 검찰은 이를 다 보면서도 시간이 부족해 내정했다며 불법을 감행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재판부를 향해 공동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정 전 실장과의 접촉을 허용해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보석 청구가 인용되면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 중인 정 전 실장은 현재 이 대표와의 접촉이 제한된 상태다.
"청이 있다"며 운을 뗀 이 대표는 "보석 조건으로 정진상 피고인과 전혀 접촉을 못하고 있다. 이 법정 안에서라도 휴정이나 재판 종료 시 제가 한번 안아볼 수 있도록 신체 접촉만이라도 허용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이날 재판 종료 직후 이 대표는 함께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정 전 실장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고 포옹한 뒤 수 분간 악수를 나눴다.
당초 이날 재판에서 양측의 모두 진술 절차를 마칠 예정이었던 재판부는 이 대표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차회 기일인 10월17일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후 11월 초 공판에서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2010~2018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등 민간사업자에게 사업 정보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줘 이익 7886억원을 얻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으로 하여금 확정이익(1822억원)만을 받도록 해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공사 내부 문건을 근거로 이익의 70%(약 6725억원)는 확보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그 차액인 4895억원을 배임 혐의 액수로 특정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도 기소돼 같은 법원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에서도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위증교사 의혹 등을 이유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달 27일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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