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히어로 속 베이맥스 구현 임박해
해외 학술지 "AI, 새로운 의학 시대 열어"
루닛·뷰노·라이프시맨틱스 등 성과 탁월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천재 공학도 테디는 힐링 로봇 베이맥스를 발명한다. 베이맥스는 의료, 신체 데이터를 학습하고 환자의 상태를 스캔해 치료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심장 박동, 호르몬 분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상 징후에 따른 약을 처방하는 식이다. 베이맥스의 모든 진료 행위는 전문의나 공학도의 제어가 아닌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결과다.
베이맥스는 선과 악이 대결하는 미국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인데, AI가 의사를 대체하는 상상을 보여준다. 특히 베이맥스는 최근 헬스케어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생성형 AI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일 헬스케어 산업계에 따르면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그리는 의료 서비스…의사 도와 수술도 거뜬
생성형 AI는 이용자의 요구나 상황에 따라 결과를 능동적으로 생성해내는 기술을 말한다. 인간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창작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어 특정 문제에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의료, 헬스케어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셸 윕 미국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기계컴퓨터공학 박사 등이 공동 발표한 논문 '의료 로봇과 인공지능의 만남'에서 연구자들은 "의료 로봇의 AI 응용은 의학에 새로운 시대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AI 기술은 자율 로봇이 진단 이미징, 원격 수술, 수술 하위 작업 또는 전체 수술 절차를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가령 AI가 접목된 수술용 로봇은 손떨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조직 손상 등의 문제 없이 수술 과정을 끝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해당 논문은 지난 7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생성형 AI가 의사를 대체하기 보다는 의사의 역할과 의료 범주를 확장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석휘 아주의대 병리학교실 교수는 최근 대한내과학회지에 'ChatGPT 시대, 의료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AI 모델이 임상 현장에 적용될 수 있으려면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의사를 대신할 수 있을지 여부 등을 봐야한다고 밝혔디. 그는 이를 고려하면 의사가 현실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의사의 결정을 돕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어떤 영역이건 그 결과를 의사가 점검 후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이런 모델은 의사를 대체한다기보다는 의사의 역할과 의료의 범주를 확장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성형 AI가 의료 서비스를 대신하려면 최종적으로 의사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챗GPT의 경우에도 모델이 출력한 결과물에 대해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결정하는 주체가 의사가 돼야 의료 현장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더독에서 프론티어로…K-AI가 만드는 세상
생성형 AI의 의료 현장 진입을 두고 전망이 분분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실제 임상 사례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실판 베이맥스를 만들려는 노력이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루닛이다. 의료 AI 기업 루닛은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이 유방암 검진 과정에서 의료진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이끌어 냈다.
이번 연구는 노벨 의학상 선정기관이자 북유럽 최고의 의과대학인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 소속 유방암 연구 관련 세계적인 권위자 프레드릭 스트랜드 박사연구팀 주도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지난 2021년 4월부터 2022년 6월까지 1년 여 기간 동안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를 활용해 유방암 검진을 받은 스웨덴 여성 5만5581명을 대상으로 실제 의료환경에서의 AI 도입 가능성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유방암 검진 시 영상의학과 전문의 2명이 이중 판독하는 유럽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문의 2명 ▲루닛 AI와 전문의 1명 ▲루닛 AI 단독으로 진단하는 경우로 나눠 각각의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루닛 AI와 전문의 1명을 결합한 경우가 전문의 2명이 판독한 경우보다 암을 더 많이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루닛 AI 단독으로 판독하더라도 전문의 2명이 판독한 것과 비교해 암 발견율이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검자 1000명당 암 발견율(CDR)은 AI와 전문의 1명이 4.3, 전문의 2명이 4.1, AI 단독이 4.1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암 재검사를 위해 환자를 다시 소환하는 리콜률(RR)을 분석한 결과 루닛 AI 단독으로 판독한 경우, 전문의 2명이 판독하는 경우보다 리콜률이 현저히 낮았다. 수검자 100명당 리콜률은 AI와 전문의 1명이 2.8, 전문의 2명이 2.93, AI 단독이 1.55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프레드릭 스트랜드 박사는 "이번 연구는 유방암 검진에 AI를 사용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의사 한 명의 역할을 AI가 대신할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루닛 관계자는 "루닛은 시장성이 큰 암 진단 및 치료 분야에 대한 인공지능 기반의 솔루션 공급을 통해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으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뷰노는 AI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가 최초로 임상 현장의 실사용 데이터를 활용한 전향적 연구를 통해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다.
또 다른 국내 기업인 뷰노는 뷰노메드 딥카스의 임상적 유효성을 최초의 전향적 연구를 통해 입증한 다기관 임상 연구논문을 글로벌 학술지에 게재했다. 뷰노메드 딥카스는 AI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이다.
연구 결과 뷰노메드 딥카스의 예측 성능은 예측 정확도를 나타내는 성능지표인 AUROC기준 0.869로, 기존 방법들에 비해 우수했다. 같은 민감도 대비 1000병상 당 알람 횟수도 절반 이상 감소다. 기존 방법들 대비 고위험 알람이 실제 의료진의 조치로 이어진 비율이 가장 높아 알람의 높은 신뢰도를 입증했다. 또 환자의 연령이나 성별,발생 시간 등 별다른 제한없이 유효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뷰노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뷰노메드 딥카스 청구 병원 수를 늘리는 데 주력하는 한편, 주요 의료영상 제품의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특히 AI 기반 뇌 정량화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브레인은 올해 말 승인을 목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정부 주도의 AI 기반 정밀 의료 솔루션 닥터앤서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닥터앤서 1.0을 통해 구축한 '전립선암 병기 및 재발 예측 SW'는 지난 2월 예측 데이터를 이용한 전립선암 치료 계획 시스템, 시계열 검진 데이터를 이용한 딥러닝 기반 전립선암 재발 예측 시스템 2종의 특허를 취득했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강원 정밀의료 규제자유특구 사업에서 '전립선암 발병 예측 인공지능 SW'를 개발 중"이라며 "향후 전립선암 발생 및 진단부터 재발까지 모두 지원하는 원스톱 AI 솔루션 시스템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착수한 의료 AI 소프트웨어의 임상시험과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며 "사업화까지 완료해 국내 의료 첨단화에 기여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소정보기술은 의료데이터 플랫폼 구축 전문기업으로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며 딥노이드등 의료AI 진단서비스과 협업을 통해 관련 서비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다질환 진단을 '스마트빅' 플랫폼에 통합해 병원에서 환자들이 한번에 AI진단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협업을 하고 있다.
이종근(예방의학과 전문의) 미소정보기술 미소헬스케어 총괄본부장은 " 환자의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해 의료AI 얼라이언스 기업들과 각종 질병 진단의 정확도 개선, 자동화를 통한 오류 최소화 등 헬스케어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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