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위기②]국제유가 '고공행진'…물가 부채질·민생 직격탄[뉴시스 창사 22년]

기사등록 2023/09/23 06:00:00 최종수정 2023/09/23 06:58:05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 눈앞에…치솟는 전기료·기름값

높은 체감물가에 위축되는 소비심리…인플레 우려 커져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이 10주 연속 올랐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월 2주 차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759.6원으로 전주보다 9.6원 상승했다.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30.5원 상승한 1663.3원으로 집계됐다.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2023.09.22. xconfind@newsis.com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물가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내수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전기요금·휘발유 등 민생과 밀접한 품목이 가격 상승 압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93.30달러, 두바이유는 93.23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89.63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지난해 7월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들어선 바 있다. 소강상태였던 국제유가가 다시금 1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둔 것이다.

◆들썩이는 유가에 고개 드는 물가

국제유가가 상승하자 소비자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3.4% 올랐는데, 지난 4월 이후 최대 폭으로 뛴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해 7월 6.3%를 찍은 이후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였다. 특히 지난 6월(2.7%)과 7월(2.3%)부터는 2%대로 오름세가 한풀 꺾인 바 있으나 3개월 만에 다시 3%대에 올라섰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건 공공요금이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요금은 1년 전보다 21.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기여도를 보면 전기·가스·수도요금이 물가에 0.71%포인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물가 오름폭인 3.4% 중 0.71%포인트를 공공요금이 끌어올린 셈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기록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전기 사용량이 여름 최대치를 기록해 가정, 소상공인 전기요금도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전력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전력량은 5만 천여 기가와트로 집계됐다. 이는 7-8월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은 4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 가정에 배달된 전기요금 고지서 모습. 2023.09.04. kkssmm99@newsis.com

◆물가 밀어 올리는 전기요금…상승 압력도 커져

문제는 최근 전기요금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2분기 ㎾h(킬로와트시)당 6.9원을 시작으로 5차례 연속 분기마다 전기요금을 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국회에 ㎾h당 51.6원의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전달했다. 다만 3분기까지의 올해 요금 인상분은 ㎾h당 21.1원에 그친다. 현재의 전기요금 인상 필요분은 달라졌겠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절반도 반영하지 못 한 것이다.

이에 부담이 커진 건 한국전력공사다. 한전이 최근 9개 분기 연속 쌓은 누적 적자는 47조원을 넘어섰다. 한전 적자의 배경에는 발전사에 전기를 비싸게 사 와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가 있다. 국제유가 오름세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부담을 한전 적자로 메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유가가 오르자,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통상 국제유가의 오름세는 최소 3개월에서 최대 반년의 시차를 두고 전력 도매가격을 밀어 올린다. 김동철 신임 한전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취임식에서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는 더더욱 반드시 필요하다"며 요금 인상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로 버티지만…급등하는 '기름값'

휘발유·경유 가격 역시 연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2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리터)당 1783.37원이다. 7월 첫째주 ℓ당 1569원에 불과했던 휘발유 가격은 2000원 돌파가 가시화된 상황이다. 경유 역시 이날 기준 1685.40원으로 상황은 비슷하다.

휘발유·경유 가격이 급등할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는 다음달 말까지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에 대해 연장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류세율은 휘발유 25%, 경유 37% 인하가 적용 중이다. 휘발유 유류세는 ℓ당 615원으로, 인하 전 탄력세율인 ℓ당 820원보다 205원 낮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될 경우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도 나온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통해 간신히 기름값 오름세를 막고 있지만,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서울=뉴시스]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10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한 가운데 인하 조치를 종료하면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높아진 체감물가에 소비심리 위축…물가 상승은 '이제부터'

공공요금을 시작으로 기름값까지 뛰며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이미 크게 올랐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달 1년 전보다 3.9% 상승했다. 상승 폭 자체도 지난 3월 4.4%를 기록한 이후 가장 컸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 가격이 급등하며 체감물가 상승률이 실질물가 오름세보다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에 소비심리는 빠르게 위축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내리며 6개월 만에 하락으로 전환했다.

물가에 반영되는 시차를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는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아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보다 0.9% 올랐는데, 두달 연속 상승한 것이다. 생산자물가 오름세에 영향을 준 건 석탄 및 석유제품이 11.3%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고유가에 전 세계 물가가 요동치며 수입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4.4% 올랐다. 지난해 3월 7.6% 오른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수입물가가 오르자 무역적자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생산자물가에 수입 물가를 결합한 국내공급자물가는 전월 대비 1.4% 상승했다. 국제유가 추이가 원재료(5.1%)부터 중간재(0.9%), 최종재(1.2%)에 모두 영향을 미친 탓이다.

정부도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모양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번달 경제동향에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요인으로 국제유가 상승을 꼽았다. KDI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종가 대비 배럴당 0.8%(71센트) 상승한 91.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7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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