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식스 멤버…오늘 첫 솔로 정규 음반 '레터스 위드 노트' 발매
작곡·작사도 하는 그는 곡에 대한 서술의 권한을 스스로 갖는 게 아니라 청자에게 넘긴다. 노래의 문으로 들어가 일상의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안다. 숱한 젊은 세대가 데이식스 노래와 그의 솔로곡들을 듣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다.
4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첫 정규 '레터스 위드 노트(Letters with notes)'는 그런 영케이의 감각이 절정에 올랐음을 증명한다. 제목은 '음표로 쓴 편지', '음을 붙인 편지'를 뜻한다. 영케이는 편지의 글쓴이로서 나섰지만 그건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 발매에 앞서 지난 1~3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 동해문화예술관에서 첫 솔로 콘서트 '레터스 위드 노트'를 열고 수록곡들을 전부 들려줬는데, 모두가 단숨에 감정 이입을 했다.
콘서트를 열기 전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영케이는 "곡이 발매가 안 된 상황이라 콘서트에서 어떻게 하면 다 같이 즐길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건 기우였고, 그의 노래는 역시 힘이 있었다. 다음은 영케이와 나눈 일문일답.
-솔로 데뷔 EP '이터널'(2021년 9월) 이후 약 2년 만에 솔로 앨범을 발매합니다.
"오랜만에 앨범을 선보이는 거라서 많이 긴장이 되기도 해요. 그렇지만 열심히 작업한 곡들을 들려드릴 수 있게 돼서 기분이 좋고 설렙니다. 모든 녹음 작업은 전역(올해 4월) 이후 진행이 됐어요. 전부터 갖고 있던 아이디어가 있기도 했어요."
-앨범에 실린 11곡 모두에 작사·작곡가로 참여했습니다.
"곡을 많이 써나가면서 분명히 더 수월해진 부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곡수가 늘어날수록 (분위기나 스타일이) 겹치지 않게 하려고 해요. 해온 것을 답습하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많이 했습니다."
-KBS 쿨(Cool) FM '데이식스의 키스 더 라디오' DJ도 맡고 있는데 음악 작업에 도움이 됩니까?
"확실히 많은 사연들을 접하게 되면서 제 시야나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죠. 제가 다른 분들의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잠시나마 사연을 읽고 그 사연을 제 입으로 뱉음으로써 더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앨범 작업 과정은 물론 활동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해요. '카투사 최우수 전사 대회' 우승 당시 스스로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이었어요. 완주가 목표였는데 그걸 해냄으로써 앞으로도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앞으로도 그런 의지로 살아가려고 해요. 무엇보다 너무 익숙해지지 않게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편한 길로 가지 않으려고 해요."
-타이틀곡 '이것밖에는 없다'엔 떠나가는 연인에 대한 감정이 가사에 잘 녹아 있어요. 가사를 쓸 때 신경을 쓴 지점은 무엇입니까?
"홍지상 작곡가님과 작업을 위해 대화를 하다가 '전 무언가를 끝까지 좀 잡고 있는 편인 것 같다'라는 얘기를 했어요. 더 내려놓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내려놓지 않는 점에 대해서요. '그러면 사람을 끝까지 놓지 못하는 그런 그림을 그려나가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씀을 하셨죠."
-이번 앨범을 편지 형태로 구성했다고 했는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요?
"앨범명 자체는 편지도 되지만 사실 음가(音價) 있는 글자들도 된다고 생각을 해요. 가사라는 게 굉장히 한정된 시간 안에 한정된 문자 안에서 단어들을 선택해서 써야 하니까요. 그런 음가가 담긴 글자들이 모여서 곡 하나가 되고 하나의 편지가 되고 그 여러 항목들이 모인 게 지금 이 앨범입니다."
-음가에 대해 말씀을 해 주셨는데 영어도 잘 하시잖요. 요즘 영어 노랫말이 많이 들어가는데, 음가가 다른 영어와 한국어 작사법은 차이가 있을 거 같아요.
"멜로디와 어울리는 발음들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영어 같은 경우는 모음이 하나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에이(a)도 여러 방식으로 발음이 되는 에이가 있고요. 직접 '에이' 'ㅏ'를 발음해가면서 어울리는 음가로 배치를 하려고 하죠. 그래서 어떤 때는 (뜻보다) 발음에 더 중점을 둬서 글자나 단어를 선택하기도 하고 해요. 다만 '이 단어는 여기에 꼭 쓰고 싶다. 가사적으로 메시지적으로도 그걸 포기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면 오히려 멜로디를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소에 가사 쓰는 방식이 직관적이고 돌려 말하지 않는 걸로 유명한데요, 이번에 새롭게 시도를 한 부분이 있나요?
"아무래도 '렛 잇 비 서머(let it be summer)'는 여름을 청춘에 빗대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테마를 가져가는 시도를 해봤어요. 반대로 '내추럴' 같은 경우는 단어 선택을 쉽게 해서 일상적으로 풀어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 스토리 라인이 구축된 이후 제 상대 배역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얘기가 나왔어요. 회사(JYP엔터테인먼트) 추천으로 다연 씨가 출연하게 됐죠. 굉장히 영광이었습니다. 다연 씨가 굉장히 열정적으로 또 멋지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솔로 음반은 두 번째잖아요. 이번 음반이 이전 음반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조금 더 새로운 저일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음반에 실린 곡들이 전부 '제 삶의 이야기에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변화한 제 삶이 반영 됐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음악적 실력은 물론 보컬적 능력도 이전에 비해 향상이 됐으면 합니다."
-창작자들은 자기 경험에서 작업을 시작하다 자기 안에 소재가 고갈되는 때가 있잖아요?
"홍지상 작곡가님은 제 스승님이기도 한데 '프로라면 언제든 곡을 써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어떠한 주제로든 무엇이든 그걸 정리하는 과정에서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요. 그래서 이미 쓴 시점 외에 다른 시점에서도 곡을 써보려고 해요."
-홍지상 작곡가님과 작업을 많이 하는데 어떤 시너지가 있나요?
"데뷔 때부터 함께해 오신 분인데, 저희 데뷔 전부터 워낙 오래 많은 작업을 하신 분이셨잖아요. 그렇다보니 저의 장점, 단점을 모두 아시는 분이기도 하죠. 절 잘 파악하시고, 어떠한 시도들을 하면 좋을지 어떤 구상을 하면 좋을 지에 대해 조언을 해주세요. '본인의 노래를 듣지 말고 메트로놈(박자 측정기)과 반주를 더 들어라' 같은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또 인생 선배님으로서도 많이 도와주세요."
-다른 가수들에게 곡도 많이 주시잖아요. 하이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건사피장)는 크게 히트했습니다.
"사실 '건사피장'은 몇 년 전부터 존재했던 곡이였어요. 그런데 이 곡에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살려준 건 하이키 분들이죠. 그 곡을 선택해주신 다음에 멋지게 소화를 해 주시고 표현을 해 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합니다."
"원필 씨의 말을 빌리자면 저희는 '늙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해왔어요. 그 부분은 지금도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트렌드를 아예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트렌드를 정확하게 다 따라가려고 하지도 않아요. 콜드 플레이, 퀸, 마이 케미컬 로맨스(MCR), 비틀스 노래가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늙지 않는 노래죠.
-벌써 데뷔한 지 꽤 됐는데 지금까지 활동에 대한 만족도를 스스로 평가해본다면요.
"연습 생활 그리고 데뷔 이후 활동한 제 모든 시간을 돌려보면 완벽하지 않았을지언정 그게 제일 최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95점을 주고 싶어요. 당연히 부족한 면들이 있었겠지만 그 때문에 발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다보니 나머지 5%는 계속 안 채워지는 느낌이에요."
-2010년대 중후반에 10대를 보낸 친구들의 상당수는 데이식스 팬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자신들 청춘의 한 페이지처럼 여겨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늙지 않는 음악이기도 하면서 누가 들어도 좋을 만한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부분이 또 잘 전달이 됐다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이번에 '렛 잇 비 서머'를 듣고도 '이게 진짜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을 계절로 표현했을 때, 화르르 타오르는 순간을 여름에 빗댄 곡인데요. 데이식스 '유스' 시리즈 앨범 때도 그랬고 '청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계속 해왔어요. 그런데 정확한 정의, 그 시기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내가 내려놓는 순간 그 청춘은 끝난다'라는 생각은 들었어요. 여름 동안 청춘을 계속 잘 간직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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