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안건 한 번도 원안위에 상정 안 돼
방사능 대응 매뉴얼 수립 하세월…당장 가동 어려워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원안위는 위원회 회의 안건으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안건을 상정해 논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28일 열리는 '제182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도 신한울 2호기 운영 허가 심의와 관련된 보고 안건 1건만 상정돼 있다.
원안위는 원자력 시설의 안전과 함께 국민을 방사선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앙행정기관이다. 원안위는 원자력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회의를 2주 마다 개최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해 국민들의 방사능 안전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지만, 위원회 차원의 공식적인 논의는 없었다.
원안위 내부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호철 위원은 지난 6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원안위 사무처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원안위가 규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안위법에 따르면 '원자력안전 관련 국제협력에 관한 사항'도 원안위의 심의·의결 사항이다. 이번 오염수 방류 문제가 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원안위는 지난달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계획에 대한 과학·기술적 검토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해당 보고서 역시 한번도 원안위에 상정되지 않았다. 원안위 위원들은 공식적으로 보고서에 대해 논의는 물론 검토조차 하지 못 한 것이다.
아울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해역에서 방사능이 검출됐을 경우를 대비한 위기 대응 매뉴얼도 당장 가동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해역에서의 방사능 모니터링에 주력하고 있지만, 막상 모니터링을 통해 고농도의 방사능이 검출됐을 때에는 대비책이 없는 것이다.
해당 매뉴얼은 오염수 방류 시점을 넘겨 최근에야 만들어졌다. 오염수 방류와 대응책 마련에 시차가 생기며 국민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일찍부터 예고된 만큼 위기 대응 매뉴얼 수립이 늦어진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비해 우리나라 해역에 고농도 방사능이 검출됐을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유국희 원안위 원장은 "위기 대응 매뉴얼을 주도적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제작까지는 상당 시일이 소요됐다.
지난 4월 원안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확증모니터링 보고서(1차 오염수 분석 결과)가 나오면 이를 참고해 5월까지 매뉴얼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원안위는 "IAEA 확증 모니터링 결과와 과학·기술적 검토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어 5월 내에 작성하지 못했다"며 더 시일이 필요함을 알렸다. 원안위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이달 초까지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원안위는 오염수 방류가 개시될 때까지도 대응 매뉴얼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가 최근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본격적인 가동에 대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방사능 재난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원안위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지난 국감부터 여러 차례 촉구했음에도 원안위가 아직도 위기 대응 매뉴얼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rming@newsis.com, shl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