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해지는 '9·4 공교육 멈춤의 날' 줄다리기…좌우 힘겨루기 양상

기사등록 2023/08/26 08:00:00

이미 교사 8만명 동참 서명…451개교 재량휴업 결정

시도교육감별 서울·전북·세종 '지지'…경기·강원 '반대'

교육부 "법령 위반…학습권 외면하는 불법 집단행동"

교총 "오후 7~8시께 '저녁 추모제' 열자" 중재안 제시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학부모의 괴롭힘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신규 교사 추모 화환이 놓여 있다. 2023.07.27.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오는 9월4일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를 추모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재량휴업을 결정하거나 교사 차원에서 개인 연가를 써 우회적인 파업을 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교육계 찬반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일부 시도교육감은 지지를 표명한 반면, 보수 성향의 교육부와 시도교육감들은 불허 혹은 자제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좌우 진영 간 힘겨루기가 연출되는 상황이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한 교사가 올린 '9·4 공교육 멈춤의 날' 서명에 전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1만582개교의 교원 8만208명이 동참했다. 이미 9월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했다고 밝힌 학교도 451개교에 달했다.

만약 서명에 동참한 교원이 모두 휴가를 낸다면 9월4일 전국 초중고 교원(지난해 기준 44만1796명)의 18.2%가 평일인 9월4일 추모를 위해 교육활동을 '일시정지' 하는 셈이다.

이처럼 우회파업 움직임이 커지자 시·도교육감들과 정부도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입장은 좌우 성향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주호(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부총리-시도교육감 간담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3.08.18. dahora83@newsis.com

시·도교육감 중에서도 진보 성향인 조희연(서울)·서거석(전북)·최교진(세종)은 추모 의미를 우선하며 공개적 지지를 표명했다. 특히 서 교육감은 각 학교에 9월4일 재량휴업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밝혔다.

반면 보수 성향인 임태희(경기)·신경호(강원) 교육감은 학습권이 우선이라며 집단행동 자제를 요청했다. 임 교육감은 "교사들이 교권을 위해 수업을 멈추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집단행동 자제를 요청했다.

나아가 교육부는 9월4일 학교의 재량휴업과 교사들의 집단 휴가가 "2학기 정상적 학사운영을 저해하는 불법 행위"라며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등에 따르면 연초에 정한 학사일정서 벗어난 임시휴업과 교원의 수업일 휴가는 긴급한 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한데, 49재 추모는 '긴급한 사유'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교육감들의 지지 표명에도 제동을 걸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전날 시도부교육감 회의에서 "일부 지역에서 교육의 책임자인 교육감이 학생들의 교육을 외면하는 불법적 집단행동을 지지하고 조장하고 있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학교장에게는 "재량권을 일탈해 9월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한다면 이는 법령 위반"이라고 경고했으며, 교사들에게는 "일부의 불법적이며, 조직적인 집단행동 선동에 결코 현혹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능한 처벌 수위를 묻자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이론상 경징계부터 중징계까지 열려는 있다"며 "다만 적정한 양형 수위는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연가투쟁 선례 등을 고려해 법적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교원에 대한 징계권은 임용권자인 시도교육감이 쥐고 있어 징계의결을 요구해야 하는 교육부 충돌이 예상된다.

실제 지난 2015년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에 대한 '직권면직'을 시도교육감에게 요청했으나, 14개 시·도의 교육감들이 이에 불응해 교육부가 지방자치법을 근거로 직무이행명령을 내린 전례도 있다.

이처럼 서이초 사망 교사의 추모를 두고 정부와 현장 간 긴장이 팽팽해지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교총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9월4일은 49재의 의미를 담아 추모 열기를 교원의 지지와 국민적 공감 속에서 모을 수 있도록, 학교 근무 일정을 마친 오후 7~8시께 '저녁 추모제'를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공교육 멈춤'의 형태로 추모 집회를 실시할 경우 "그간 교권에 대한 국민들의 우호적 시선이 한순간 돌아설 수도 있다"며 "소중한 학생의 학습권을 교사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는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쟁 때도 교육이 멈춘 적 없는 나라"라며 "다른 방식으로 추모할 수 있는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한다든지, 수업에 멈춤 없이 학습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이초 교사 49재 이틀 전인 9월2일에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 교사들의 5차 집회, 3만 교사들의 외침 국회입법 촉구 추모집회'에서 참가한 교사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2023.08.19. myj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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