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없이 예산 확보 어쩌나"…고민에 빠진 국립대 총장들

기사등록 2023/07/03 18:33:22 최종수정 2023/07/03 19:42:06

교육부, '국립대 사무국장은 공무원' 규정 폐지

'사무국장서 교육부 출신 제외' 발표 9개월만

"예산·인력 문제…공무원 배제할 필요 있나"

[세종=뉴시스]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2019.09.03.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교육부가 지난해 교육부 공무원을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국립대 사무국장에 공무원을 두도록 하는 규정을 없애겠다고 하면서 총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국립대 총장의 사무국장 임용권을 완전히 보장하겠다며 사무국장을 공무원으로 두도록 한 규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간 사무국장 임용이 인사혁신 취지를 달성하는 데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라며 "중앙부처 공무원을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파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교수, 민간 전문가 등 총장이 원하는 인사를 직접 선발·임용할 수 있도록 '국립학교 설치령' 등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국립대 사무국장을 맡고 있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모두 본래 소속 부처로 돌아갔다. 27개 국립대 사무국장직 가운데 공무원이 맡고 있던 14개 자리가 하루아침에 공석이 된 것이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9월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며 교육부 공무원을 국립대 사무국장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지 9개월 만이다.

사무국장은 대학의 인사와 급여, 예산 편성과 집행, 회계, 결산, 보안 등 대학의 '살림꾼' 역할을 한다. 대학 운영을 지도·감독하는 역할도 수행해 왔다.

이처럼 1년도 안 돼 사무국장 인사 지침이 변하자, 대학 운영을 총괄하는 국립대 총장들은 고민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국립대 총장은 "자율권을 주려면 완전히 주고, 아니면 예전처럼 임명을 하든"이라며 "지금 국립대 총장들이 다 피곤해 있다. (피로도가) 많이 쌓였다"고 토로했다.

사무국장 선정 방식에 대해서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문제가 생긴다"며 "정부는 교육·근무 경력에 대한 최소 조건만 제시하고, 국립대 총장 명의로 공고를 내서 교육부나 인사혁신처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뽑는 방식"을 제안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출입기자단 정례 브리핑에서 "이런 제도개선과 인사조치로 인해 당분간 국립대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국립대 총장과 재직 중인 관계자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대학 총장의 사무국장 선발 자율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지만, 중앙부처 공무원을 꼭 제외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대학의 전문성과 맞닿은 부처 공무원이 사무국장에 자리했을 때 대학 운영에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까지 한국체육대학교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출신 공무원이, 한국교통대학교에는 국토교통부 출신 공무원이 사무국장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립대 총장은 "공무원 인사교류가 되면 총장들이 전부 입맛에 맞는 부처에 연락하게 된다. 모두 다 예산, 인력 문제와 관계가 있다"며 "교육부 출신이 완전히 배제돼야 할 이유는 또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부터 비(非)공무원 사무국장을 뒀다며 "한편으로 갑갑한 부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반면 다른 국립대 총장은 "본질은 민간인까지 폭을 넓혀 대학 총장이 사무국장 자리에 맞는 사람을 선택해 쓸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을 줬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생각하고 제도를 이용하는 게 행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의 아쉬움도 있기는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결정을 내렸다"며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 차원에서 사무국장을 선발하도록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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