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세트청구' 들어보셨나요…車보험 누수 심각

기사등록 2023/07/02 17:00:00 최종수정 2023/07/02 19:20:53

한번에 여러 처치하는 '세트청구'…5년간 연평균 31% 상승

[무안=뉴시스] 뜸·열을 이용한 한방 난임시술 모습. (사진=전남도 제공) 2023.01.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자동차보험 누수의 원인이 한방병원의 과잉진료의 과잉진료로 지목되고 있는데 한방병원이 자동차사고 경상환자에게 한 번에 여러가지 처치를 하는 이른바 '세트청구' 진료액이 갈수록 크게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사고 가해자의 보험료 할증으로도 직결되는 만큼 관리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보험연구원 전용식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세트청구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상해급수 12~14급 경상환자에 대한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한방 세트청구 규모가 2017년 1926억원에서 2022년 7440억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연평균 31% 상승한 수준이다. 세트청구는 침술·구술·부항·첩약·약침·추나요법 등의 다수(복수진료)의 처치(진료)를 내원 환자에게 한 번에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연구원은 특히 한방병원이 늘어나면서 세트청구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한방병원은 2017년 312개에서 2022년 546개로 75% 증가했는데 병원이 늘자 의사들이 진료 건수나 비용을 높이려는 유인이 크게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한의원은 1만4111개에서 1만4549개로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상해급수 12~14급 경상환자에 대한 한방병원의 세트청구 건수 증가율은 연평균 32.5%이고 한의원의 세트청구 건수 증가율은 연평균 12.6%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9~11급 환자의 경우 한방병원의 세트청구 건수 증가율은 한의원의 4배를 넘었다.

한의사는 통상 한두 명의 한의사가 모든 진료를 보는 것과 한방병원은 양한방 협진을 하며 물리치료사 등을 포함해 다양한 의료진으로 구성됐다. 통상 30병상 이상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병원급으로 분류된다.

이같이 '세트청구'가 증가하는 원인은 복수진료에 대한 심사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방진료 심사지침은 각 진료(처치)에 대해서 시행 횟수, 부위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고, 복수진료에 대한 규정은 양·한방 협진 중복진료에 대한 규정만 존재한다.

이 때문에 가해자나 보험사가 한방진료 수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진료수가 기준에는 반영되지 않아 세트청구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이후 12급 경추·요추·어깨 관절 염좌에 대한 복수진료와 관련해서만 진료비가 조정됐을 뿐이다.

전체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부상 진료비 중 한방진료비는 2018년 7139억원에서 2022년 1조4636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의과(양방)진료비는 1조2623억원에서 1조506억원으로 줄었다.

전 선임 연구위원은 "한방진료의 주요 진료에 대한 개별적 규정은 마련돼 있지만 주요 진료의 병용 등 다양한 조합에 대해서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반영된 심사기준이 없다"며 "세트청구와 같은 복수 진료가 지속될 경우 가해자들의 피해자 진료에 대한 불만 제기가 늘어날 수 있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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