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군관계자 280여명 참석, 아쉬움에 눈물 바다
화순군 "전담팀 만들어 광부 새출발 지원에 최선"
30일 폐광하는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탄광에는 적막감만 돌았다. 지하에서 캔 석탄을 옮기느라 분주하게 돌아갔던 컨베이어벨트는 멈췄다. 퍼 올린 검은 탄광 물도, 요란하게 돌아가는 기계 소리도 없었다.
삶의 터전이었던 탄광을 기억하려는 광부들의 발길만 이따금 이어졌다.
탄광 길목을 서성이던 한 광부는 '졸업 기념으로 광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자'는 동료의 제안에 퉁명스레 답했다. "마지막인디 가봤자 발만 아프지, 뭔 소용이여"라고 했지만 눈가엔 눈물이 비쳤다.
사무실을 찾은 광부들은 굳은살이 박힌 투박한 손으로 관물대에서 땀에 젖은 수건과 작업화를 정리했다.
종업식이 다가오자 작업복을 벗고 평상복을 입은 광부·직원 280여 명이 2층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고된 노동을 함께 이어온 동료와 포옹을 나눴다. 삼삼오오 모여 미래에 대한 불안을 토로하기도 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 진행된 종업식에선 원경환 화순탄광 사장이 폐광 배경을 설명하며 직원을 위로했다. 원 사장은 화순군 관계자들과 국회의원에게 "대체 발전 사업에 우리 직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김병희 화순탄광 직원도 눈물로 답사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가던 그는 "우리는 동료와 함께 흩날리는 탄가루 속에서도 삽을 내려놓지 않았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동료들도 애써 꾹 참아온 눈물을 쏟아냈다.
종업식을 마친 광부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마지막 기념사진을 남겼다.
가족들은 광산 일을 마치고 새 출발 하는 가장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손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탄광 직원은 아쉬움에 오열하기도 했다.
박연(65)씨는 "43년 전부터 폐광 이야기가 돌았는데, 실제 직면하니 안타깝다"며 "새로운 삶을 위해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이날 종업식에서 "전담 지원팀을 만들어 탄광 직원들의 일자리 지원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국내 1호이자 국토 서남권의 유일한 화순탄광은 1905년 문을 연 이후 지역 경제를 이끌어왔다. 정부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대한석탄공사를 정리하는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펼치면서 탄광이 문을 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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