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9 도입에…보험사, 보유 채권가격 당기손익에 반영
채권 시장 변동에 따라 보험사 실적도 출렁일 듯
채권 평가이익, 미실현 이익인데…배당확대 요구 가능성
"자본 과도하게 사외 유출될 경우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올해부터 보험회사가 보유한 주식·채권 등 투자자산의 가격 변동이 당기손익에 반영되면서 향후 보험사의 배당 정책에도 혼선이 생길 전망이다. 투자자산 평가이익이 마치 주요 영업활동에 따라 실현된 이익처럼 보여 주주들이 배당 확대를 요구할 수도 있어서다. 이럴 경우 실제로 이익이 실현되지 않았는데도 자본을 사외 유출하게 되는 것이라서, 향후 보험사의 자본 적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사와 함께 새 회계기준(IFRS9) 도입에 따른 배당 변동성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IFRS9은 2018년 1월부터 금융권에 시행됐으나, 적용 여부에 대한 선택권이 있었던 보험사의 경우 대부분 IFRS17과 함께 올해부터 도입됐다.
IFRS9 적용 전 보험사들은 보유한 주식·채권의 가격 변동에서 발생하는 평가손익을 미실현손익(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잡아왔다. 단순히 투자자산의 가격 변동이기 때문에 주요 영업활동에 따라 실현된 이익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보험사들은 IFRS9 도입으로 인해 이같은 투자자산에 대한 평가손익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해야 한다. 보유한 주식·채권의 가격 변동이 보험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셈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보험사 실적은 IFRS9의 효과가 컸다. 금감원은 올해 1분기 전체 보험사의 당기손익은 개별재무제표 기준 생보사 2조7300억원, 손보사 2조5000억원 등 총 5조2300억원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IFRS9 적용으로 1분기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형 수익증권(국고채 10년물) 평가이익 증가가 6200억원으로 분석됐다.
정해석 금감원 보험리스크제도실장은 언론 설명회에서 "보험사 전체적으로 봤을 때 IFRS9의 효과가 올해는 상당히 크게 났다"며 "IFRS9의 효과, 그리고 투자수익 증가 부분이 지난해 대비 올해 보험사의 호실적에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투자자산의 가격 변동이 당기손익에 반영되면서, 주식·채권 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보험사 당기손익이 흑자와 손실을 오가며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사는 통상적으로 다른 업권에 비해 장기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채권금리 변동에 취약하다.
보험사 배당에 대한 혼선도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보험사의 이익은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은 투자자산의 평가이익일 뿐인데, 회계상으로는 마치 주요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이익으로 보여 주주들이 배당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실제로 실현되지 않은 이익인데도 불구하고 자본을 사외 유출하게 되면서 보험사의 자본 적정성 관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현되지 않은 허상의 이익인데 회계상으로 잡히다 보니 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커질 수 있다"며 "결국 보험사들도 시장 변동성에 따라 단기적인 손익에만 집중하게 되고 향후 보험 재무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 투자자산 평가이익에도 무리하게 배당을 하다 보면 자본 여력이 부족하게 된다"며 "이 상황에서 채권 가격 하락으로 투자자산에 평가손실이 생길 경우 다시 주주들에게 증자를 요구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는 이같은 IFRS9에 대한 배당 변동성을 타개 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아가 근본적으로는 투자자산의 평가손익이 당기손익에 크게 반영되지 않도록 대책도 강구 중이다. 예컨대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해 당기손익에 반영되지 않는 방식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파생상품으로 금리 영향을 헤징하는 방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비용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며 "보험사는 회사마다 최적의 비용을 통해 재무관리를 해야 하므로 어떤 방식이 회사에 유리한지 업권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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