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우리는 에머슨 콰르텟의 해체를 '은퇴'나 '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삶의 다음 단계로의 전환이죠."
그래미상 9번, 그라모폰상 3번, 실내악단 최초의 에이브리피셔상을 받은 '실내악의 전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이 47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2021년 8월 해체를 발표한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를 돌며 고별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는 25일부터 네 차례 공연을 갖는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은 1976년 줄리어드음악원 학생들이 결성한 실내악단이다. 창립 당시 20대의 학생이던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드러커(71), 필립 세처(72)는 이제 70대가 됐다.
함께 악단을 시작한 비올리스트 길레르모 피게로아 주니어, 첼리스트 에릭 윌슨은 악단을 떠났다. 대신 1977년 비올리스트 로렌스 더튼(69)이, 2013년 첼리스트 폴 왓킨스(53)이 합류, 함께 활동해왔다.
에머슨 콰르텟은 내한에 앞서 뉴시스와 가진 서면인터뷰에서 "악단이 40주년을 맞았을 때 해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2017년 말 유럽 투어 중이었어요. 우리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해체에 대해 이야기했죠. 에머슨 콰르텟은 40년 동안 겨우 두 세 차례 단원이 변경됐어요. 누군가 떠날 때마다 나머지 단원들이 몇 년에 한 번씩 새 멤버를 영입해가며 앙상블을 영속시키는 것은 모두가 원하지 않았죠."
이들은 "에머슨콰르텟의 사운드와 음악에 대한 해석은 단원 각자의 스타일과 개성에 밀접하게 기반을 두고 있다"며 "(새 단원을 영입하며 악단을 영속시키는 것보다) 각자가 새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은 이미 40년 이상 존재했고, 오랫동안 우리 삶의 중심이었다"며 "이제 각자 새로운 활동을 할 자유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47년간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초기의 성공이 함께 할 수 있는 동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젊은 사중주단이 오래 유지되려면 첫 5년이 가장 중요해요. 악단이 자리잡기 전이라 단원들이 생계를 유지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거든요. 재정적 압박과 연습시간 부족은 개인적·음악적 차이와 결합돼 멤버들을 갈라놓을 수 있는 위협이 되죠. 저희는 멘토와 롤모델들로부터 좋은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운이 좋았죠."
콰르텟 해체 후 단원들은 후학 양성과 개인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에서 젊은 사중주단을 위한 교육을 이어간다. 이 외에도 단원 모두가 예일대, 맨해튼음악원, 클리블랜드음악원 등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각각 다른 학교의 교수진이에요. 각자 특별한 그룹과 함께 때때로 실내악을 연주하고, 리사이틀이나 오케스트라에서 솔리스트로 무대에 오를 거에요."
에머슨 콰르텟은 후배 음악가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너무 많은 젊은 콰르텟과 개인들이 동일한 레퍼토리를 준비하고 연주하며 콩쿠르에만 집중한다"며 "그것은 완전하고 흥미로운 예술가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악기를 잘 다루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콰르텟은 각 단원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잘 할 수 있어요. 콩쿠르에 나가기 전 많은 레퍼토리를 익히고 공연해야 해요. 자신들이 연주하는 음악의 작곡가들에 대해 알아보세요. 해석에 도움이 되고, 청중들과 이야기를 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를 비난하지 마세요. 그리고 유머감각을 유지하세요."
에머슨 콰르텟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빈 뮤직페라인, 퀸 엘리자베스 홀 등 세계 주요 음악홀에서 클래식 음악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국내에서는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시작으로 26일 대전예술의전당,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28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퍼셀 '샤콘느(편곡 브리튼)'와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의 작품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코로나 펜데믹 때문에 한국 투어가 3번이나 취소됐어요. 한국 팬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공연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 내한 무대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매우 위대한 걸작들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곡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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