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3주년 뭘 남겼나…오월정신-헌법 수록 '온도차'

기사등록 2023/05/18 15:21:58

보수진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2년 연속 5·18기념식 참석

"오월정신=헌법정신" "호남 번영"…오월어머니들 보듬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또 다시 언급 없어 "맹탕" "실망"

미완의 과제·진상규명 노코멘트…정치적 수사 난무 지적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5월 어머니들과 함께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5.18.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5·18 43주년 기념식이 18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빗속에서 엄수된 가운데 '5월 메시지'와 5·18 43주년에 대한 성찰과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보수여당 의원들이 특별열차 편으로 대거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진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매년 오겠다"던 취임 첫 해 약속을 지킨 셈이다.

윤 대통령은 5분 남짓한 기념사를 통해 "오월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자 우리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라며 오월 정신의 숭고함을 강조했다. 지난해처럼 기념사의 상당 부분을 '5·18'과 '오월 정신'에 할애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논란 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된 점은 보수 진영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헌정공연 등을 통해 5·18 당시 국가폭력으로 남편과 자녀를 잃은 오월어머니들을 조명하고 그들의 아픔을 보듬은 점도 울림을 줬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의 번영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자유와 창의, 혁신을 통해 광주와 호남의 산업적 성취와 경제발전에 의해 완성된다"며 인공지능(AI)과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산업 고도화를 콕 집어 강조했다.

광주시 전략산업으로,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AI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의식해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대선 당시 호남 유권자들에게 '독재에 대한 저항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넘어 산업, 일자리, 미래를 위해 함께 걷자"고 한 약속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여당은 한술 더 떠 광주에서 현장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즉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충무공 이순신의 말씀을 인용해 광주와 호남의 새로운 도약을 약속했다. 복합쇼핑몰, 글로벌 미래차 생산기지 육성, 광주군공항 이전,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도로 건설 등이 실천과제로 언급됐다.

'정의'와 '번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호남 언약'으로 풀이된다.
[광주=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5.18. yesphoto@newsis.com
그러나 대선 공약인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 2년 연속 직접 명시되지 않고, 여야 간 날 선 공방은 여전해 진정성과 통합의 정신은 풀어야 할 난제이자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5·18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의지가 없어 "실망스럽다"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녹록찮은 개헌절차와 당 안팎의 정치역학적 냉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5·18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의 진정성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기봉 5·18재단 사무처장은 "추진의지는 간접적이나마 확인했지만 구체성없이 원론적 입장만 밝힌 것 같다"며 "가령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개헌 절차에 나서겠다' 등의 언급을 대통령이 직접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당 광주시당은 논평을 내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구체적 약속도,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에 대한 파면 약속도 없었다"며 "역대급 맹탕 기념사"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화해와 통합은 말 뿐이고 그 어떤 대목에도 지난 1년 광주정신을 위협하고 훼손한 정부여당 인사들의 행태에 대한 사과와 반성, 단호한 조치의 약속은 없었다"고 밝혔다.

"오월의 항거를 기억하고, 민주 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실천'을 강조했지만 정작 발포명령자와 헬기사격, 암매장과 행방불명자 등 미완의 과제와 진상 규명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오월의 정신은 통합의 구심체"라고 밝혔지만 서로를 보듬고 상처를 치유하자는 오월에 오히려 5·18 폄훼와 갈라치기, 날 선 정치적 수사가 난무한 점은 오점으로 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공식 제안한 데 대해 대통령실은 "광주와 5·18 정신을 모독하는 것으로, 비리 정치인의 꼼수"라고 반박하는 등 협치나 통합과는 거리가 먼 장외공방은 43주년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5월 정신의 숭고한 가치에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헌법규범으로 담아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의지와 거대 양당 간, 지역 간, 세대 간, 5월 단체 간 진정한 통합과 화합은 여전히 시대적 난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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