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사기죄 적용 징역 1년 집유 2년, 2심 횡령죄 적용 징역 10개월 집유 2년
2심 "피해자와 합의에 따라 통장 보관한 것으로 보여 기망이라 하기 어려워"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자신이 가르치던 대학생이 유학가려 한다고 하자 통장을 맡기고 돈을 모으라고 한 뒤 개인적 용도로 돈을 사용한 외국인 교수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12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손현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53·여)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12월 충남 천안시의 한 대학교에서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인 B씨로부터 미국 유학을 가고 싶다는 말을 듣자 “유학에는 돈이 많이 드니 나에게 통장을 맡기고 일을 해 돈을 벌어라”라며 통장을 받은 뒤 돈을 송금받은 혐의다.
범행은 2015년 12월까지 이뤄졌고 총 28회에 걸쳐 총 3900만원 상당을 송금받아 편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씨가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에 취직해 근무해 받은 급여를 A씨가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렇게 받은 금액을 바로 인출해 자신의 채무 변제 및 양녀의 유학비용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부는 “어려운 환경에서 유학을 준비하려고 도움을 청한 제자로부터 돈을 편취해 죄질이 나쁘지만 2500만원 상당을 변제한 점을 고려했다”라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해 금전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사기 혐의가 아닌 횡령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라며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통장 등을 받아 보관하면서 피해자와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를 기망해 통장 등을 편취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지위나 경력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미국 유학을 도와줄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통장 등을 보관한 것 자체가 기망에 의한 편취행위라고 단정하기 힘들다”라며 “다만 통장에 송금된 돈은 유학 준비를 위한 자금으로 목적과 용도가 정해져 있다고 봄이 타당하며 이 돈을 자신의 생활비로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하고 피고인이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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