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 직원 협박해 150억원 갈취…"인생 파괴됐습니다"

기사등록 2023/05/10 12:08:08 최종수정 2023/05/10 13:50:05

10개월간 협박·폭행하며 금품 갈취

도망치자 조직폭력배 동원해 추적

피해 회복 아직…경찰 "현금 못찾아"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0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수중감금, 특수상해, 공갈 등 혐의를 받는 A(36)씨 등 16명을 검거하고, 이들 중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서울경찰청) 2023.05.1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IT업체 대표와 직원을 10개월간 감금 및 협박하면서 150억원 가량의 돈을 갈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0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수중감금, 특수상해, 공갈 등 혐의를 받는 A(36)씨 등 16명을 검거하고, 이들 중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지난 2월부터 이달 4일까지 일당 16명을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IT업체 대표 B(37)씨와 직원 C씨 등에게 코인 투자를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주면서 30%의 수익률을 보장하라고 협박·폭행하고, 투자 수익금 등 148억2000여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갈취한 돈을 관리하기 위해 법인을 차려 B씨 등 피해자들을 관리했다. 실제로 A씨는 수행비서, 자금 관리 이사, 사원 등 직원을 두고 범행을 이어갔다.

A씨는 B씨를 자신과 같은 호텔 같은 층에 머물게 하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를 감시하면서 통화목록까지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씨의 아내 및 모친을 찾아가 "다른 피해자 아버지에게 염산을 뿌린 적이 있다", "B씨를 숨겨주면 큰일 난다" 등의 발언을 하며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0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수중감금, 특수상해, 공갈 등 혐의를 받는 A(36)씨 등 16명을 검거하고, 이들 중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서울경찰청) 2023.05.10. *재판매 및 DB 금지

B씨는 코인 투자가 어려워지자 부모님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 B씨는 "피해 금액은 법인 계좌에 있던 148억원과 나와 지인들 자금 56억원,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 금액도 70억원이 넘는다"며 "피해자만 2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이 기간 수익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B씨는 "짧게는 몇십 분, 길게는 하루 종일 20회 정도 폭행이 있었다"며 "내 인생의 모든 걸 파괴했다"고 전했다.

B씨는 이들의 협박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2021년 12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A씨 사무실을 탈출했다.

A씨는 이때부터 B씨의 지인 및 그의 직원들과 직원의 지인들을 감금하고,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B씨를 추적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B씨의 직원인 C씨의 지인 두 명을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와 13시간 동안 감금한 채 흉기로 손가락을 베거나,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추후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세운 법인 자금으로 합의금을 주기 위해 이들에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또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사무실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결국 A씨 일당은 B씨를 찾아갔지만, B씨가 고용한 사설경호원의 신고로 찾아온 강남경찰서 경찰관에게 현행범 체포됐다. 하지만 당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후 서울경찰청은 A씨 일당의 상급공갈 첩보를 입수해 지난 2월20일 A씨 일당을 검거하고, 나흘 뒤인 2월24일 주범 A씨 등 8명을 구속했다.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0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수중감금, 특수상해, 공갈 등 혐의를 받는 A(36)씨 등 16명을 검거하고, 이들 중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서울경찰청) 2023.05.10. *재판매 및 DB 금지

피해자들의 피해는 복구되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은 A씨 일당에게 한 푼도 압수하지 못했다. 검거 당시 A씨 일당이 보관하고 있던 현금이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A씨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신청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공갈, 절도, 사기 이런 범죄 피해 재산은 기소 전 몰수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은 재판 과정에서 추징해 몰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직접 기자들 앞에 나선 B씨는 "A씨가 경찰에 잡혀간 적이 많았는데, 이쪽에 힘이 있다며 보란 듯이 나왔었다"며 "(탈출했을 당시) 보복을 위해 나를 찾아왔다가 (체포됐는데) 구속이 안 된 것은 말도 안 된다. 이후 2차, 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거 같아 막기 위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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