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혁신의 현장⑩] <끝>부산시, 파워반도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운다

기사등록 2023/03/20 06:00:00 최종수정 2023/03/20 07:39:40

부산 산업생태계 업그레이드 계기

상용화센터 구축, 인재양성센터 운영 중

[부산=뉴시스] 부산시 기장군의 동남권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 내에 있는 파워반도체 상용화센터. 국내 유일의 6인치 SiC 웨이퍼 일괄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현재 월 300매에서 이달 중 월 500매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사진=파워반도체 상용화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백재현 기자 = ‘산업 고도화를 통한 경제의 체질 개선.’

부산경제가 안고 있는 과제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다. 자동차 부품, 조선 기자재, 신발 등 부산의 전통 산업으로는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진단에서 나온 말이다. 이 때문에 부산은 블록체인을 비롯해 디지털상품거래소 등 미래형 산업육성에 노력을 쏟고 있다. 또 오는 2027년까지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첨단신해양, 융합부품소재, 영상 콘텐츠 등 첨단산업을 육성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산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파워반도체다. 파워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전력의 변환, 변압, 분배 등 제어 역할을 수행하는 반도체로 전기차, 풍력, 태양광 등 에너지 신산업 뿐 아니라 모든 전기·전자기기에 활용된다.

부산이 파워반도체의 거점이 되고 인근의 울산 경남 등과 파워반도체 밸류체인으로 연결시켜 조만간 열릴 커다란 시장에서 확실한 뼈대 산업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것이 부산시의 비전이다.

게다가 파워반도체 산업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기존 부산지역의 내연기관차 부품업체나 조선기자재 업체들, 육상 및 해양플랜트 건설업체들이 자연스럽게 전기자동차나 반도체 산업으로 업종이 전환되면서 부산의 산업생태계 전체가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파워반도체는 정부가 ’바이오‘, ’미래차‘와 함께 집중 육성하려는 ’시스템 반도체‘의 한 분야인데다 타지역이 갖지 못한 부산만의 장점도 갖고 있어 더욱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동의대 2004년 국내 첫 2인치 SiC 웨이퍼 생산

부산은 2004년 동의대가 국내 최초로 직경 2인치 SiC(탄화규소)웨이퍼 생산에 성공했다. 파워반도체의 씨앗이 뿌려진 셈이다. 2001년 과학기술부의 지역협력연구센터(RRC)자금으로 연구를 시작했던 신병철 동의대 교수는 “당시 사파이어와 탄화규소 중 사파이어는 이미 서울에서 연구하는 사람이 있어 탄화규소로 결정 했다”고 소개하고 “24시간 작업에 매달릴 만큼의 ’헝거리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회고 했다.

시는 2004년 SiC웨이퍼 생산에 성공하자 곧바로 그해 상용화센터 유치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2015년 5월에는 전국의 파워반도체 관련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를 출범시켰고 2017년 11월에 산업부와 ‘파워반도체 상용화사업 협약식’을 맺는 등 파워반도체 육성을 꾸준히 추진했다.

2018년 5월에는 기장군 동남권의과학산업단지 내에 14만여평의 파워반도체 클러스터에 상용화센터를 착공했다. 상용화센터는 2019년 12월 일괄생산 공정장비 28종을 구축 완료한 후 지난해 말 기준 총 27건 25억5000만원 규모의 제품을 생산해 공급했다. 현재 국내 유일의 6인치 SiC 웨이퍼 일괄생산 팹(Fab)체제를 갖추고 상용화센터는 지금 월 300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달 말 제2 클린룸이 완공되면 월 500매로 생산능력이 확대 된다. 이 센터에는 또 22종의 신뢰성 평가 장비까지 갖추고 있다.

또 파워반도체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외지 기업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의 패키지 제조업체 제엠제코가 지난 2022년 10월 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칩 제조업체인 포항의 예스파워테크닉스가 입주를 완료했다. 또 칩 설계 및 제조 업체인 서울의 트리노테크놀로지도 이달 중 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산대 내 창업벤처기업으로 SiC 적용 인버터제조 회사인 효원파워텍도 올해 12월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부산=뉴시스] 백재현 기자 = 동의대 신병철 교수가 2004년 국내 처음으로 생산에 성공했던 2인치 짜리 SiC 웨이퍼 사진을 보며 당시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신 교수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파워반도체 인재양성센터의 센터장도 맡고 있다. 2023.03.17. itbria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시는 3월 중에 서울의 모 전력반도체 업체가 클러스터 내에 분양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어서 지금까지 총 5개 기업이 입주를 했거나 입주를 확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력이다. 이와 관련 부산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부산대, 동의대, 동서대 등 부산의 13개 대학과 부산테크노파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파워반도체 인재양성센터를 설립하고 ‘파워반도체 인재양성 공유대학’을 운영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신병철 동의대 교수는 “별도의 건물을 건립하는 등의 투자 없이 13개 대학이 갖고 있는 특징을 잘살려 11개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아주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공유대학”이라고 소개하고 “지난 2월까지의 1차 년도 교육에서 304명이 교육을 이수했고 이 중 8명은 관련분야에 취업까지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도권 반도체 기업 원방테크가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역외 기업들의 관심도 높았다는 것이 신 센터장의 설명이다.

한편 부산시는 파워반도체 육성을 위해 지난 2월 말 정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지정에 동남권의과학산업단지를 지정해 달라고 신청해 놓고 있다. 이와 별도로 소재부품장비산업특화단지로도 조만간 신청할 예정이다. 오는 6월말 선정이 된다면 파워반도체 산업 육성에 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신청에는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3개 분야만 해당돼 파워반도체로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넓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소재 부품 장비 등 공통된 것이 많아 특화단지로 지정이 된다면 파워반도체 육성에 큰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수도권에 300조원을 쏟아 부어 세계 최대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자 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공정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의지를 보이는 것이 부산의 파워반도체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분명 있다”면서도 “또 한 번 지방이 소외되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 정책 방향 수정 필요 지적도

한편 시의 파워반도체 육성 정책과 관련해 최근 일각에서 정책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요지는 이렇다. 파워반도체 시장만으로는 부산의 미래를 맡길 만큼 큰 규모가 되기 어렵다는 점과 현대자동차 등 실질적인 전기차 수요 업체가 현재 조성중인 파워반도체 클러스터에 입주하지 못한다면 부산이 갖고 있는 기존 산업들과의 연관성이 높은 파워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나 플랜트 등으로 주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파워반도체 시장은 전기차 뿐만 아니라 중전기기, 풍력발전, 가전기기 등으로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정책방향 수정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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