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사우디-이란 합의 중국 '중동쿠데타'는
미 의존 벗고 강국 되려는 사우디 열망 귀결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모함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5년 전 이란의 최고 지도자에 대해 “히틀러가 차라리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주 이란과 국교를 회복하면서 “공동운명체”라고 강조한 것이 놀라운 것 이상으로 양국의 국교 회복이 중동 지역과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몇 년 동안 대리전쟁을 치르던 두 나라가 국교를 회복한 것은 중국의 일으킨 ‘중동 쿠테타’다. 국내 정정 불안과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란에게는 위안이며 사우디로서도 관계회복이 정착되면 안보 불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사우디는 대리전을 치르느라 막대한 예산을 지출해온 것은 물론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힘들었다. 모함메드 왕세자는 사우디 경제 사회 개혁을 위해 사우디를 경제 및 문화 허브로 만들기 위해 투자 유치를 바라고 있다.
페르시아 걸프 해를 사이에 두고 240여㎞ 떨어져 있는 두 나라 사이의 경쟁 관계가 지난 수십년 동안 중동 정세의 근간이었다.
수니파 이슬람의 종주국인 사우디와 시아파 이슬람의 종주국인 이란은 예멘,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에서 대리전을 벌여왔다. 이란이 반군을 지원하는데 대해 사우디는 지역 불안정을 초래한다고 비난해왔다.
최근까지도 국교 재개 협상이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발표된 국교 재개 합의는 충격적이다. 그만큼 중국이 큰 역할을 했음이 두드러진다.
미 전문가 일부는 중국이 미국의 중동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시도로 규정한다. 실제로 일부 중동국가들은 더 이상 미국의 안보 보장에 의지하지 않으며 중국이 조건없이 무기, 기술, 투자를 지원하려 한다고 밝힌다.
반면 모함메드 왕세자가 최근 보여온 실용주의 외교의 일환일 뿐이라고 저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미국이 관계가 매우 나쁜 이란과 국교 재개를 주선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카네기 국제 평화재단의 객원연구원인 야스미네 파룩은 “사우디가 중국의 보장이 한계가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사우디는 최근 몇 년 동안 관계 확대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아 왔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이란과 관계 재개를 검토하게 된 것은 2019년 이란이 조종하는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의 원유 생산이 일시적으로 잘반 정도로 줄어든 일이 계기가 됐다. 이후 사우디는 지난 2021년부터 이란과 협상을 시작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2015년 체결된 이란핵합의를 파기하면서 이란의 핵능력이 강화되고 사우디는 이란 핵공격 최우선 대상이 될 것을 우려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사우디가 안보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모함메드 왕세자가 사우디 탈 석유경제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이란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키웠다. 해외 투자와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해 긴장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모함메드 왕세자는 해외 거주자 수천 만 명이 귀국하길 촉구하고 있으며 2030년 만국박람회(EXPO)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이란이 배후인 예멘 반군과 전쟁이 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인 것이다.
나아가 미국 “의존국”에서 벗어나 국제 강국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구도 작용했다. 모함메드 왕세자는 미국에만 의존하는데서 벗어나 중동의 강국으로서 아시아, 유럽, 남미국가들과 관계 강화를 추진해왔다.
모함메드 왕세자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중립적 입장을 지키고 있다.
이 모든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사우디가 조만간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최대의 무기 공급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우디가 중국, 한국, 인도 등과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누리던 중동 우위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지고 있다.
사우디-이란 국교 재개 합의는 2015년 이후 이란의 후티 반군 지원으로 지속돼온 예멘 내전이 끝날 수 있는 지에 의해 검증될 것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사우디-이란 합의 뒤 “이번 합의로 예멘 등지의 상황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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