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보다 저렴해야"…'분양가'가 청약 희비 가른다

기사등록 2023/03/09 06:00:00

고금리 기조에 대출 이자 부담 가중…청약 수요 분양가에 민감

9억 초과 아파트 청약 경쟁률 8.1대 1…9억 이상 아파트에 절반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여의도 63빌딩 63아트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2022.12.26.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분양가에 따라 청약 시장이 양극화하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이른바 ‘착한 분양가’를 앞세워 분양에 나선 단지에는 청약 수요가 몰린 반면, 청약 불패 지역으로 꼽혔던 서울에서 수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고도 미달 사태가 빚어졌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신규 청약 시장 분위기가 냉각되면서 분양가가 청약 성적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미분양 물량이 쌓인 지방에서도 분양가에 따라 완판되는 사례가 나왔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후 서울 첫 분양 단지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1순위 청약에 2만명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200대 1에 육박하는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7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98가구 모집에 1만9478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이 198.76대 1에 달했다.

전용면적 59㎡A는 18가구 모집에 6424명(해당 지역 및 기타 지역 합계)이 접수해 356.89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59㎡B는 19가구 모집에 4435명이 지원해 233.42대 1, 59㎡C는 8가구 모집에 1501명이 몰려 187.6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또 전용 84㎡A 17가구 모집에 3115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183.24 대 1, 84㎡B의 경쟁률은 107.67대 1, 84㎡C는 114.72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411만원이다. 전용면적별로 59㎡가 8억6000만 원대, 84㎡가 11억7000만원대로, 인근 아파트 시세 대비 1억원가량 낮다. 주변 시세 대비 낮은 가격과 청약가점제가 아닌 추첨제로 뽑는 물량이 상당수 포함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지방에서도 합리적인 분양가로 완판된 단지가 나왔다. 롯데건설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 지난 1월에 분양한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는 1순위 청약 접수에서 총 952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2만6994명이 몰리며 평균 청약 경쟁률 28.3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되면서 청약 수요가 몰렸다.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 가중도 청약 시장 주요 변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9억원 이하 아파트 1·2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6.3대 1로 집계됐다. 반면 9억원 초과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8.1대 1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2021년에는 9억원 초과 아파트 1·2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177대 1로, 9억원 이하 아파트 청약 경쟁률(100.9대 1)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었으나, 1년 만에 정반대로 돌아섰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9억원 이하 아파트에 수분양자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인근 단지 시세 대비 분양가 높은 단지의 청약 성적은 저조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 재개발 단지인 ‘장위자이레디언트’는 4.68대 1의 평균경쟁률을 기록했다. 초기 계약률은 59.6%를 기록했다. 이 단지 전용 59㎡ 분양가가 최대 7억9840만원, 전용 84㎡ 분양가는 최대 10억2350만원 수준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경쟁률이 저조했다.

또 1·3 대책 이후 청약을 진행한 평촌 센텀퍼스트는 1150가구 모집에 350명만 지원해 평균 경쟁률이 0.30대 1에 그쳤다. 이 단지는 후분양 단지로 분양가가 전용 59㎡ 기준 7억4400만~8억300만원, 전용 84㎡가 10억1300만~10억7200만원대로 주변 신축 단지 시세보다 1억원 가량 높았다.

전문가들은 청약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됐고, 이에 따라 청약 시장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일부 완화하더라도 고금리에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 대기 수요가 분양가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청약 시장에선 옥석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라도 분양가와 입지 여건 등에 따라 분양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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