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곤충사육 스마트팩토리 상용화 'KEIL'
800평 자동화 사육장 밀웜 수천만 마리 키워
단백빌·오일 등 소재 추출…펫사료 가공 생산
[청주=뉴시스] 오종택 기자 =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고속철도(KTX) 오송역 일대 오송생명과학단지. 이곳에는 국내 보건의료 분야 국책기관과 바이오, 제약기업 공장은 물론 연구지원 시설 등이 대거 입주해 있다.
지난 7일 대한민국 첨단 바이오 산업의 허브인 이곳에 갈색거저리 애벌레(밀웜)를 대량 사육하는 농장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 식용 곤충 대량 사육 자동화부터 식품, 화장품, 사료, 비료 등 다양한 산업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인 농업회사법인 ㈜KEIL의 사육장과 가공시설이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있다.
1, 2층 구조의 농장 건물은 흔히 상상하는 농장과는 달랐다. 사무 공간은 흡사 판교 정보기술(IT)밸리의 스타트업 사무실을 옮겨 놓은 듯 했다. 올리브 그린 색상의 항공점퍼를 입고 기자들을 맞은 김용욱 대표 역시 농장주의 모습이 아니다. 김 대표를 제외한 직원 대부분도 20~30대로 이른바 MZ세대다.
건물 입구 앞 회의실 겸 접견실에서 만나 김 대표는 "이곳은 사육장 중앙에 위치한 곳으로 (곤충) 사육 환경이다보니까 보통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코가 예민하신 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도록 근무에 최적화된 환경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사무실과 연구실을 지나 사육장에 들어섰을 때도 이곳에서 곤충이 자라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었다. 층고가 8m에 달하는 사육장 내부에는 파란색 사육구 수 백개가 겹겹이 쌓여 있다.
바닥에 깔린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직사각형의 사육구에 가까이 다가서자 그제서야 이곳이 곤충 농장임을 알 수 있었다. 가로 80㎝, 세로 50㎝ 너비의 사육구에는 밀웜은 물론 성충인 갈색거저리가 가득했다.
KEIL은 애벌레, 번데기, 성충, 알낳기 등 전체 공정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 기술을 처음으로 상용화한 기업이기도 하다.
사육구에서 갈색거저리가 알을 낳으면 부화한 유충을 생육해 밀웜으로 사육한다. 사육구 1개당 1만1000~1만2000마리의 밀웜이 자란다. 2620㎡(800평) 남짓한 사육장에 이러한 사육구 8800여개가 들어 차 있다. 밀웜 수 천만 마리가 자라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인 단층 재배가 아닌 사람의 손길이 거의 가지 않아도 되는 자동화 방식으로 천장 가까운 공간까지 활용하는 효율적인 적층 사육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김 대표는 "사람이 직접 밥을 주고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필요에 따라 자동으로 사육구를 넣어주고 빼주면서 밥도 주고 물을 주고 다 자란 밀웜을 선별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갈색거저리가 알을 낳으면 부화 후 밀웜으로 성장하면 세척과 건조 단계를 거친다. 건조한 밀웜은 지방이 30%, 단백질이 70%에 달할 정도로 이러한 밀웜에서 단백질과 오일을 추출한다.
단백질은 건빵과 같은 스낵, 환자식 등의 원료가 되고, 반려동물 사료나 간식, 축산 사료로도 쓰인다. 저온 압착한 오일은 화장품이나 의약품 소재로 활용된다.
심지어 밀웜이 사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분변은 버섯 등을 재배하는 재배지로 비료 역할을 한다. 밀웜의 먹이 또한 유통기한이 지나 소각처리하는 과자나 젤리 등 가공식품을 재활용한다.
이러한 자원을 순환하는 친환경 공정에 다양한 소재 산업으로 오뚜기, 대웅제약 등 국내 유명 식품기업이나 제약회사가 주요 파트너다. 이들 기업과 사료업체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현재 KEIL의 스마트팩토리에서 밀웜을 활용해 연간 생산 가능한 오일과 단백질 소재는 1000t이다. 국내 관련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양인 20만t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KEIL은 자동화 사육시스템을 농가에 보급해 위탁 사육하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린바이오 산업이 농업 전후방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가운데 곤충산업은 2021년 기준 국내 판매액이 446원에 불과하지만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세계 곤충시장은 2024년 2조4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소나 돼지 등 다른 가축에 비해 사육기간이 월등히 짧고, 사육시설이나 공간도 작다. 물과 사료 소비량은 적은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 환경오염 가능성이 낮다.
KEIL이 상용화에 성공한 스마트팩토리를 곤충산업 저변에 활용하면 친환경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춰 국내 곤충산업과 관련 소재 산업의 비약적 발전이 기대된다.
김 대표는 "식용 곤충은 미래 먹거리는 물론 사료와 비료, 화장품까지 다양한 산업 소재로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며 "거점 농가와 손잡고 자동화 사육시스템을 지원해 대량 생산하게 되면 곤충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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