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방시혁, SM 이성수 '다양성'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기사등록 2023/02/19 09:00:00

하이브, 美 컨트리·힙합 레이블 아우르며 K팝 넘어 음악 다양성 추구

SM "다양성에 대한 존중, 문화산업의 근본정신"

팬덤 플랫폼 위버스, 과점 넘어 독점 우려

[서울=뉴시스]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 이성수 SM 대표. 2023.02.17. (사진 = 하이브, SM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하이브의 새 식구가 된 QC 미디어 홀딩스의 합류를 환영합니다! 앞으로 하이브는 QC 미디어 홀딩스와 함께 글로벌 음악 산업에서 영향력 및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미국 힙합레이블 QC뮤직을 인수하면서 하이브가 밝힌 공식 입장)

"기업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저희 스스로 해내고 있고, 해낼 수 있습니다. 지금의 하이브는 이수만의 구원자이지 SM의 구원자가 아닙니다. 문화는 독점될 수 없고, 독점돼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문화산업의 근본정신입니다."(이성수 SM 공동대표가 'SM 사태' 관련 내놓은 2차 성명 중)

'K팝 최대 기획사' 하이브(HYBE)가 'K팝 개척사'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인수를 본격화하면서, '독과점 논란'과 '다양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현재 K팝 업계 시가총액(시총) 1, 2위를 달리고 있는 하이브와 SM이 한지붕으로 묶이면 하이브의 K팝 독과점이 우려되고 다양성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급변하는 세계 음악업계에서 K팝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선 필요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일부 있다.

◆중소기획사의 기적, 이제는 없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발굴한 방시혁 의장이 설립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전신인 하이브는 지난 2021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할 때부터 레이블 내 다양성을 강조했다. 하이브는 연결·확장·관계를 뜻한다. '벌집'이라는 뜻의 영단어 '하이브(hive)'와 발음이 겹치는 것도 이들이 내세운 뜻을 내포했다.

하이브가 모회사가 되면서 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속한 빅히트엔터는 레이블 거점인 빅히트 뮤직이 된다. 그리고 '세븐틴'(SVT)이 속한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여자친구'의 쏘스뮤직(현재 르세라핌 소속), 지코의 코즈(KOZ)엔터테인먼트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SM 이사 출신인 비주얼 디렉터 민희진 대표가 이끄는 레이블이자 '뉴진스'가 속한 어도어를 신규 레이블로 세우면서 '하이브 레이블즈' 브랜드를 공고히 했다. '엔터계의 큰손'인 CJ ENM과는 합작 레이블 '빌리 프랩'을 설립해 '엔하이픈'을 제작했다. 여기에 하이브의 미국 본사인 하이브 아메리카, 최근 일본 스타들을 연이어 영입하고 있는 하이블 재팬 등도 계열사로 뒀다. 하이브는 아직 중견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이들을 'K팝 대기업 집단'으로 부르는 이유다.
[서울=뉴시스] 하이브 로고. 2021.11.04. (사진 =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
방탄소년단과 빅히트엔터는 사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소 기획사의 승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방탄소년단 앞에 '흙수저'라는 수식이 붙기로 했지만 사실 이들의 드라마한 성공을 강조하기 위해 언론에서 조금은 과장한 측면이 있다. 2013년 방탄소년단이 데뷔할 당시 JYP엔터테인먼트에도 몸 담았던 유명 작곡가 방시혁이 제작한 그룹이라는 사실로 꽤 주목을 받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방탄소년단이 막 인기를 시작했을 때 주로 SM 소속 가수들에 밀려 연말 시상식 등에서 덜 주목받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그랬던 기획사가 이제 국내 최대 K팝 엔터테인먼트사가 돼 'K팝 개척자'로 통하는 SM 창업주인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사들여 SM 인수에 나선 것이다.

K팝 영역이 완전히 산업 영역 안으로 들어왔고 기획사별로 빈부격차가 날마다 심해지면서 이제 방탄소년단 같은 중소기획사의 기적은 보기 힘들게 됐다. 좋은 기획사에 좋은 음악·좋은 스태프가 몰리다보니 음악은 물론 춤,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 콘셉트 기획력 등의 측면에서 기획사별로 완성도의 차이가 확연히 난다. SM 출신 민희진이라는 걸출한 기획자도 하이브라서 이 회사에 합류한 것이고,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뉴진스의 완성도 역시 하이브의 자본력이 뒷받침돼 가능했다.

고국에서 덜 주목 받았던 방탄소년단이 국내에서 재조명된 건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거둔 성과도 한몫했는데 이제 빌보드 차트도 대형 기획사 판이다. 음반 판매량을 기반으로 삼는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이른바 4대 K팝 기획사로 통하는 하이브·SM·JYP·YG엔터테인먼트에 소속이 안 된 K팝 그룹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소속 '몬스타엑스', 블록베리 크리에이티브 소속 '이달의 소녀'(이달소), KQ엔터테인먼트 소속 '에이티즈'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몬스타엑스는 이번 'SM 사태'에 연루된 곳 중 하나인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레이블에 속해 있다. 중소로 볼 수 있는 팀은 이달소와 에이티즈 정도인 곳이다. 그런데 이달소는 최근 회사의 자금난으로 해체 위기에 처해 있다. 자본력을 갖춘 대형 기획사에 속해야 급변하는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구조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23.02.08.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먼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 건 SM이다. 2012년 코스닥 상장였던 여행업체 BT&I를 인수하고 사명을 SM C&C로 바꾸고 방송콘텐츠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SM C&C는 같은 해 배우 장동건이 세운 기획사였던 에이엠이엔티를 인수했다. 이듬해엔 방송콘텐츠 제작업체인 훈미디어, 당시 인기 그룹이던 인피니트 등이 속한 울림엔터테인먼트도 흡수합병했다.

2018년엔 당시 국내 최대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이자 한류스타 배용준이 세운 키이스트와 드라마·예능 제작사인 FNC애드컬쳐도 인수했다. 이후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 윤종신 소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SK플래닛 광고사업부문(M&C)을 인수하며 사업 영역도 넓혔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안주하지 않았다.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들었지만 대형 기획사 중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이 전 총괄과 유영진 이사가 주도한 'SMP'(SM Music Performance)'가 핵심이었으나, 이들 외에도 이성수 전 대표 등이 몸 담았던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 부서의 직원들이 뭉쳐 이뤄낸 결과였다.

◆하이브, K팝 넘어 다양한 장르 아우르는 '하이브 팝'으로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 피에르 'P' 토마스 QC 미디어 홀딩스 CEO, 케빈 '코치 K' 리 QC미디어 홀딩스 COO, 스쿠터 브라운 하이브 아메리카 CEO. 2023.02.09. (사진 =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이브는 SM의 브랜드와 지식재산권(IP)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이 전 총괄을 통해 주주제안한 이사 7인 명단에도 음악 프로듀서와 크리에이터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성수 대표는 지난 17일 내달 주총 이후 사임하겠다며 '연임 도전' 포기를 선언한 뒤 "7인의 이사를 추천한 건 SM을 지우고 하이브의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의도로만 느껴진다"고 반박했다.

방시혁 의장은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외에도 플레디스의 세븐틴, 쏘스뮤직의 여자친구와 르세라핌, 빌리프랩의 엔하이픈 등 하이브 레이블 소속 그룹들의 프로듀싱에 참여해왔다. 다양한 음악에 관심이 많은 방 의장이 SM를 인수한 뒤 SM 소속 그룹들의 곡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하이브 레이블즈를 각 레이블 색깔을 존중하긴 하지만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각 소속 연습생을 교류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외에서 레이블 합동 오디션을 열고 연습생 지망생의 색깔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각 레이블이 데려갈 이들을 조율한다. 

이번 하이브의 SM 인수 시도는 해외 음악 업계에서도 주목 하고 있다. 하이브가 '빅(Big) 3' 글로벌 메이저 음반사들인 유니버설 뮤직 그룹, 소니 뮤직, 워너 뮤직과 같은 리그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각각 수많은 레이블을 거느리고 있는 유니버설·소니·워너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미국 빌보드가 이들을 제외하고 세계 음악시장에서 독자적 성과를 낸 레이블과 유통사 리더를 선정하는 타이틀이 '인디 파워 플레이어스'다. 세계적 기준의 규모를 놓고 볼 때 세 글로벌 음반사를 제외하면 모두 인디 취급을 받는 셈이다. 지난해 6월 발표한 '2022 인디 파워 플레이어스' 명단에 엑소·NCT·에스파 소속사인 SM의 이성수·탁영준 공동 대표와 방탄소년단(BTS)·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 소속사 빅히트뮤직 신영재 대표가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 하이브는 K팝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을 시행해왔다. 최근엔 하이브의 미국 본사인 하이브 아메리카가 미국 유력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QC Media Holdings)'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21년 저스틴 비버·아리아나 그란데·데미 로바토 등을 매니지먼트하는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했다. 이타카 홀딩스를 이끈 스쿠터 브라운은 현재 하이브 아메리카 CEO다. 또 하이브 아메리카는 미국 인기 장르인 컨트리 음악으로 유명한 '빅 머신 레이블 그룹'도 산하에 두고 있다. 하이브가 K팝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들인 팝, 힙합, 컨트리 레이블들을 모두 보유하게 된 셈이다. 이처럼 레이블 안에 K팝 외에 다양한 해외 레이블을 보유한 하이브가 선보이는 음악은 이제 K팝이 아닌 '하이브 팝'으로 불러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결국 이성수 대표가 강조하는 다양성과 하이브가 추고하고자 하는 다양성과 결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하이브의 SM 인수 시도가 K팝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건 분명하지만, 급변하는 세계 음악 업계에서 버티기 위한 체급을 만들기 위해선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풀이하는 이들이 있다. 실제 1980년부터 세계 음악계에 M&A 광풍이 분 뒤 1990년대 6개 메이저 음반사가 탄생했고 20년여만에 3대 음반사로 재편된 것이다.
[서울=뉴시스] 위버스 로고. 2023.02.09. (사진 = 하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팬덤 플랫폼 독점은 우려

무엇보다 이번 하이브의 SM 인수 시도 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팬덤 플랫폼의 과점을 넘어 독점의 우려화다. 하이브는 글로벌 팬덤 업계 1위인 위버스를 보유하고 있다. SM의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 중인 팬덤 플랫폼 '버블'은 위버스와 맞대결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앞서 위버스는 네이버 팬 플랫폼 '브이(V) 라이브'를 양수했는데, 이 팬덤 플랫폼 분야는 하이브가 SM을 인수하게 되면 가장 큰 시너지를 낼 분야로 예상된다. IT 플랫폼 업계 선두주자지만 팬덤 플랫폼이 없는 카카오 입장에선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시림(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씨의 논문 '플랫폼을 통한 한국 대중문화산업의 독점화 :BTS와 하이브의 역설'(2022)에 따르면, 산업 내에서 플랫폼을 통해 독점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 것은 플랫폼이 가진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이 씨는 "한국 대중문화산업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이용자 그 자체에 있기보다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아티스트에게 적용된다. 팬덤은 스스로 플랫폼을 선택하지 않는다. 팬덤은 아티스트가 선택한 플랫폼을 따라 이동한다"고 짚었다. 따라서 현재 대중문화산업에서 플랫폼의 성장은 아티스트의 확보와 연결돼 있다면서 하이브가 그동안 공격적으로 중소 기획사를 레이블로 인수 합병해왔던 이유라는 것이다.

상장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하이브의 약점으로 지적된 방탄소년단에의 의존도를 낮춤과 동시에 해당 기획사에 소속된 아티스트의 팬덤까지 끌어오는 역할을 위버스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하이브는 위버스를 통해 대중문화 산업의 소비 사슬을 연결했고 동시에 다른 중소 기획사의 아티스트를 위버스로 흡수하며 산업 내에서의 독점 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다"면서 "플랫폼으로 인해 작은 규모의 회사는 대기업의 통제를 따라 이익을 공유해야 하고, 이를 통해 대기업은 소기업의 이윤을 가져옴으로써 이익을 더 극대화한다. 방탄소년단이 혁신적인 소기업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이브가 거대한 자본을 통해 소기업을 장악하고 있는 현 상황은 역설적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번 하이브의 SM 인수 시도에 대해 방송가까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미 하이브는 몇해 전 시상식을 두고 갈등을 빚은 한 방송사의 음악 방송에 소속 가수들을 출연시키지 않고 있다. SM은 강호동·신동엽·전현무 등 스타 예능인들이 대거 속해 있고 예능 콘텐츠도 제작하는 SM C&C 그리고 배우들이 대거 속한 키이스트 등을 자회사로 두고 방송가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데 하이브가 이를 손에 거머쥐게 될 경우 음악 관련 방송뿐만 아니라 예능, 드라마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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