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에 떡볶이까지…베트남 롯데마트 '한류'로 떴다

기사등록 2023/02/16 16:00:00 최종수정 2023/02/17 07:52:00

2008년 문 연 베트남 롯데마트 '1호점' 남사이공점

매장 4800평 늘 베트남 손님들로 붐벼

라면, 떡볶이 등 한류 메뉴로 인기몰이

"베트남 법인 3000명 중 한국 직원 3명뿐"

[호찌민=뉴시스] 롯데마트 베트남 남사이공점.(사진=롯데마트) 2023.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호찌민(베트남)=뉴시스]안경무 기자 = 지난 9일 기자가 찾은 베트남 호찌민시 제7군 지역에 위치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은 '한국 라면' 기획전이 한창이었다. 최대 10m 길이로 농심 신라면을 비롯해 진라면, 너구리 등 익숙한 한국 라면들을 길게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베트남은 2021년부터 한국을 제치고 라면 소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베트남 국민들은 1인당 연간 87개를 먹을 정도로 라면 사랑이 남다른데 한국 라면이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라면 뿐 아니라 남사이공점은 한국 마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곳곳에서 한국 음식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 길거리 음식인 오뎅과 김밥도 단연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2층 외식 매장 한 가운데에는 두끼 떡볶이 매장이 'DOOKKI Korean Topokki Buffet'라는 간판을 크게 내걸고 영업 중이었다.

마정욱 롯데마트 베트남법인 기획팀장은 "베트남 젊은 층 사이에 한국 오뎅과 김밥, 떡볶이 등이 인기 외식 메뉴로 자리잡았다"며 "한국처럼 '참치김밥'이 인기가 높은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호찌민=뉴시스] 베트남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식 오뎅. '막대기'에 꽂혀 판매되는 점이 베트남식 오뎅과 다르다. (사진=안경무 기자) 2023.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008년 12월 문을 연 남사이공점은 베트남 롯데마트 '1호점'이다. 인근이 아파트 밀집 지역이어서 주말, 평일 가릴 것 없이 지상3층, 4800평(1만5854㎡) 규모의 매장이 늘 손님들로 붐빈다.

특히 남사이공점에 입점한 외식 매장 중에서 '한류 음식' 매장들은 성업 중이다. 이날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3시께 기자가 찾은 두끼 떡볶이 매장은 20여명의 손님들이 한국 떡볶이를 즐기고 있었다.

손님 연령층도 10대 학생부터 60대 노부부까지 다양했다. 롯데마트 측은 점심 시간 때에는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떡볶이의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호찌민=뉴시스] 9일(현지시간) 베트남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에 입점한 '두끼 떡볶이' 매장의 모습.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임에도 많은 고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사진=안경무 기자) 2023.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롯데마트는 특히 한류 메뉴와 한국 식품으로 현지 마트 부문 1위인 '빅 씨'와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마정욱 팀장은 "롯데마트가 한국 기업이기 때문에 질좋은 한국 상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게 현지 직원들과 고객들의 의견이었다"며 "이 의견을 적극 반영해 경쟁 업체에서도 파는 제품이 아니라 다양한 한국 식품과 자체 브랜드(PB) 상품들을 독점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의 PB 상품은 2016년 이후 연평균 16%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실적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 상품의 약진을 바탕으로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매출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지난해 전년대비 25% 늘었다.

신선식품의 뛰어난 품질도 베트남 롯데마트의 경쟁력이다. 맛이 달기로 유명한 '한국산 딸기'는 베트남에서 최고급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응우엔 응옥 린 장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 사원은 "베트남 롯데마트의 신선식품은 가격이 싸지 않은데도 현지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며 "다소 비싸더라도 뛰어난 품질과 청결한 위생을 앞세운 것이 소비자에게 어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호찌민=뉴시스] 9일(현지시간) 롯데마트 베트남 본사에서 직원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사진=안경무 기자) 2023.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트남 롯데마트가 이처럼 베트남에서 충분히 먹힐 만한 한국 상품으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철저한 '직원 현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롯데마트는 남사이공점을 포함해 베트남 전역에서 15개점을 운영 중인데 3000여명에 달하는 직원 중 한국 직원은 단 3명 뿐이다. 베트남 시장을 잘 아는 현지인 직원들이 많아야 롯데마트 현지화도 잘 이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에도 롯데마트 베트남 사업은 온라인 판매 성장이 두드러지는 등 사업이 갈수록 확장세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현지에서 '장보기 몰'을 가동하며 한국식 온라인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롯데마트에 주문을 하면, 고객 집 근처 매장에서 오프라인으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식이다.

온라인 매출 비중은 올 초 전체 매출의 4% 수준으로 늘었다. 롯데마트는 온라인 상품과 배송 개선에 주력해 향후 베트남 시장에서 '온라인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마정욱 팀장은 "베트남은 여전히 재래시장 구매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대형마트 같은 모던 리테일 점유율은 9% 수준에 그치는데 그만큼 시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이 사실상 종료된 만큼 올해 롯데마트 베트남 사업은 훨씬 더 성장할 전망이다.

롯데마트는 2008년 남사이공점 오픈 이후 ▲2012년 3개 ▲2014년 3개 ▲2016년 2개 등 매년 점포를 늘렸는데 2021년 이후엔 냐짱골드코스점과 빈점 등 2개 매장 개장에 그쳤다.

하지만 이달 초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이끄는 강성현 대표이사가 베트남에서 1주일간 출장에 나서며 현안을 챙기는 등 롯데마트 내부적으로도 베트남을 중요한 사업 축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호찌민=뉴시스] 사람으로 붐비는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의 모습.(사진=롯데마트) 2023.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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