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통령, 네타냐후 내각에 사법개혁 연기 호소

기사등록 2023/02/13 11:02:50

헤르초그, 대국민 방송통해 " 입법 연기하고 대화에 임하라"

사법부 무력화하는 극우 내각 입법에 전국민이 반대 시위

13일 첫 법안상정 앞두고 대통령이 중재 나서

[예루살렘=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연립 정부의 사법 개혁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2.10.
[예루살렘 =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총리에게 "국민이 반대하는 논란많은 사법 개혁의 추진을 연기하고 그 대신에 야당과 협의와 타협을 해달라"고 호소하는 연설을 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이 날 네타냐후의 연립내각이 국회에서 사법개혁안을 시작하는 첫 걸음을 내딛기 직전에  프라임타임 방송 뉴스를 통해서 이 연설을 했다.

네타냐후가 제안한 사법개혁은 그 동안 이스라엘  사회 전반의 극렬한 반대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심지어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까지도 12일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는 국민 합의와 사법부 독립의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은근히 비난을 표시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 내가 느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느끼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이 대폭발과 충돌의 직전이며 폭탄이 통째로 터지기 직전의 순간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의 역할은 대체로 의전적인 것에 그친다.  하지만 대통령은 도덕적 잣대와 국민의 힘을 단결 시키는 상징적 존재이며 대통령의 말은 이처럼 깊이 양분된 나라에서는 대단히 큰 무게를 지닐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헤르초그의 담화에 대해 네타냐후 측으로부터는 즉각적인 반응은 없었다.

네타냐후와 그의 지지자들은 현재의 사법부가 지나치게 큰 권력을 휘두르기 때문에 사법부를 길들일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의 비판자들은 이스라엘 대법원의 권한을 약화시키기 위한  사법개혁안이 이스라엘의 연약한 민주주의적 기반과 균형을 훼손하는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한 부패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 자신의 개인적인 악감정과 복수심도 깊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는 자신이 마녀 사냥의 희생자라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의 수준높은 정부를 위한 운동"의 엘리아드 슈라가 회장은 " 그들이 사법 제도를 파괴하려 하는 이유는 사법제도에 의해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범죄자 집단의 적대적인 인수합병이나 같다"고 비난했다.

슈라가 회장이 이끄는 시민단체는 13일 네타냐후 연정이 사법개혁을 위해 첫 입법제안을 하는 국회 크네세트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정해놓고 있다.  여기에는 수 십만명의 시위대가 참여할 계획이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13일의 법안 투표를 미루고 야당, 대법원장 등 정적들과 대화를 시작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모두 참가할 대화의 기본을 위해 5개항의 계획을 제안했다.
 
그는 협상 중재를 자임하면서 " 협상의 시간, 방식, 무엇이든 선택하라.  함께 건설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화를 할 수 만 있다면 속임수,  모욕,  폄하적 발언을 버리고 대화를 계속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개혁 제안자인 야리브 레빈 법무장관이 "대화의 장은 열려 있지만 입법을 연기하지는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채널 12TV는 익명의 정부관리의 말을 인용해서 네타냐후 정부가 의회 투표를 1주일 연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텔아비브=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예비군들이 도로를 막고 국기를 흔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연립 정부의 사법 개혁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02.10.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총리는 헤르초그 대통령의 제안을 " 합리적인 구상"이라고 받아들였다.

네타냐후가 13일 표결에 붙이기로 한 첫 법안은 국회의원들이 사법부의 판사들의 임명권을 갖게 하는 안이다.  현재의 임명 시스템은 법관과 국회의원,  변호사들을 포함한 위원회가 합의해서 지명하게 되어 있다. 
 
두 번째로 이번 주에 상정될 법안은 대법원의 헌법적 권리를 재검토하고  국회가 이를 승인하도록 변경하는 안이다. 
 
그 다음 법안은 국회가 대법원의 결정을 다수결만으로도 뒤집을 수 있게 하는 안이다. 

이 것들이 모두 통과될 경우 이스라엘 사법부의 독립성은 약화되고 사상 최악의 극우파 정부에게 지나친 권력을 안겨주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그럴 경우 결국 네타냐후에 대한 범죄혐의나 기소도 취하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안에 대한 전국민의 반대가 격한 시위로 이어지면서 텔아비브 등 전국 도시에서 주말 마다 수십 만명이 시위에 나서고 있다.

과학 기술 분야,  은퇴한 군악대,  전 법원판사와 법무장관 등 직능별  전문가들과 단체들도 각각 시위에 나서고 있어 네타냐후의 사법개혁안이 제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네타냐후의 사법개혁이 통과한다면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폴란드나 헝가리 같은 절대적인 권위주의 독재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예루살렘의 싱크 탱크인  이스라엘 민주연구소의 아미르 푹스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법 개혁은 총리에게만 충성하는 극단적인 사법 시스템을 도입해서 입법부가 가진 전통적인 감독 기능을 소멸 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사법 개혁으로 결국은 집권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도 제한 없이 통과시키며 하고 싶은 것은 무소불위로 다 해치우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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