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의 명암③]"소재 파악도 못해서야…신고제부터 시행하자"

기사등록 2023/02/12 11:00:00

대안교육기관, 지난해부터 법령 마련돼 제도화

美 조지아주, 부모가 교육 당국에 '홈스쿨 신고'

"학교 안 나와도 '교육 받는다' 확실하면 인정"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30일 서울 구로구 가족센터를 방문해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인 움틈학교에서 수업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2.12.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김경록 기자 = 홈스쿨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홈스쿨링을 빙자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 홈스쿨링이 소개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수요가 있는 만큼 적어도 학부모의 신고 의무를 부여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만큼은 교육 당국이 파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우리나라에 홈스쿨링을 소개한 대안교육 전문 계간지 '민들레'의 현병호 발행인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홈스쿨링을 빙자해 아이들을 학대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전혀 사회적 관리가 되지 않으면 아이들이 어떤 사각지대에 놓여있는지 파악조차 안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여러 사정으로 홈스쿨링을 할 수밖에 없는 사례도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홈스쿨링은 우리 의무교육 체제에서는 합법이 아니지만 그 실태를 교육 당국이 정확히 파악하지는 않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장기 미인정 결석자 중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고 밝힌 사례도 매년 늘고 있다.

취학대상 아동이 7일 이상 장기 미인정 결석을 한 경우 학교에서 집중관리대상자로 정해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도록 하지만, 학부모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다는 민원과 소송 부담이 큰 상황이다.

홈스쿨링의 경우에도 관계법령이 마련돼 제도화에 들어간 대안교육기관의 사례도 참고해 볼 만 하다.

2020년 국회를 통과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월부터 시행, 법령에서 정하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대안학교 등 교육시설을 교육 당국이 등록해 관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대안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의무교육 대상자의 경우 공립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취학 의무를 유예할 수 있고, 인적사항을 학교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30일 서울 광진구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음> 2023.02.12. photo@newsis.com
홈스쿨링은 어떤 장소에서 수업을 받지 않고 학부모가 자녀의 교육을 온전히 책임지는 개념이라 이 법령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오해섭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설 학업중단예방 및 대안교육지원센터 '꿈지락' 센터장은 "홈스쿨링도 지방자치단체나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와 같이 제도권과 연계된 경우에 허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는 홈스쿨링 허용 요건을 굉장히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유학에 필요한 서류, 관계기관의 보증 등을 정확히 확인한 뒤 허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부 용역을 받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9년 내놓은 '홈스쿨링 제도화 및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주에 따라 다르지만 홈스쿨링을 하기 위해 학부모의 책임을 엄격하게 마련한다.

미국 조지아(Georgia)주에서는 학부모나 보호자가 매년 학구 책임자에게 홈스쿨을 하고 있는 자녀 등 학생의 이름과 나이, 주소, 수업 날짜 등을 담은 신고서를 학기 시작 3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홈 스터디 프로그램에 읽기, 수학, 사회, 과학 과목을 포함하고, 학부모가 직접 자녀를 가르치려면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추도록 하는 등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의 조건도 갖추고 있다.

해당 보고서의 연구책임자인 이종태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석좌교수는 "미국에서도 부모에게 자격까지 요구하는 등 꽤 강한 제도를 운영하는 지역이 있고 느슨하게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어디서도 놓치지 않는 것은 아이가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결과가 어떠한 지 교육청에 신고하고 나중에 결과를 확인 받는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고제가 필요하다"며 "어디든 아이를 보내면 무조건 신고하도록 해 모든 학생이 어디서 무엇을 하든 당국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만 6세부터 중학교까지는 교육을 의무로 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 체계상 홈스쿨링을 제도화하는 데 있어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제도화가 곧 우리 교육 당국이 공교육 테두리 밖의 홈스쿨링을 허용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이 석좌교수는 "미국도 의무교육이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교육'과 '취학'의 차이"라며 "우리나라도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교육을 하는 것만 확실하면 의무교육을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대안교육의 개념을 넓혀 홈스쿨링을 여기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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