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묵은 때 벗던 동네 목욕탕, 벼랑 끝 몰렸다

기사등록 2023/01/20 16:20:37

코로나19 잠잠해지니 전기·가스·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 압박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경기 수원 지역의 목욕탕. 2023.01.20. gaga99@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요즘 들어 '이 업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생각이 드네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서 27년째 목욕탕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27일 긴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설 명전 직전 손님이 가장 많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어든 손님이 회복되지 않은 데다가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발표하면서 운영비용 만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하절기엔 평균 150만원, 동절기엔 600만원까지 전기 요금이 나오는데 여기서 더 요금이 인상되면 가늠할 수도 없다"면서 "주변에 이미 많은 목욕탕이 문을 닫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목욕탕 요금은 대인 기준 8000원이다. 요금을 1만원까지는 올려야 겨우 본전을 찾을 수 있지만 그나마 오던 손님도 끊길까봐 쉽게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공공요금 외에도 전체적인 물가가 오르면서 수건 세탁비 등도 따라 올랐다"며 "우리는 오른 비용만큼 올려서 지불하고 있지만, 그것을 손님에게 다시 반영하지 못하니 비용만 계속 늘어가고 있다"고 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 고지분부터 ㎾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9.5% 상승한 수치다.

가스요금은 물가 상황을 고려해 동결하기로 했으나 2분기 이후에는 국제 에너지 가격, 물가 등 국내 경제 상황 등에 따라 언제든 인상될 여지가 있다.

여기에 상하수도 요금까지 인상될 가능성도 있어 전기, 가스, 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목욕탕 업주들의 부담은 더욱 큰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반영하듯 도내 목욕탕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20년 1분기 885곳이던 목욕탕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4개 줄어든 781개로 나타났다.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3가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이모(65)씨의 형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24시간 영업을 하던 이씨는 코로나로 손님이 줄면서 야간영업을 중단하고 오후 8시까지만 문을 열고 있다.

이씨는 "한창 24시간 운영할 때는 전기요금만 1000만원 이상이 나가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800만원 정도만 나와도 힘든 상황"이라며 "인건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해 야간에 일하던 분을 내보내고 가게도 가족이 돌아가면서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공공요금이 또 오른다던데 그때는 못 버티고 가게를 접을 수도 있다고 본다"며 "동네 목욕탕이다 보니 새로 오거나 젊은 손님은 거의 없고 나이 든 단골만 좀 있는데 우리 같은 목욕탕들이 계속 없어지면 그분들도 (씻을 곳이 없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도내 목욕탕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병현 한국목욕업중앙회 경기도지회 지회장은 "다른 업종들은 코로나에서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은데 목욕탕은 아직도 코로나에 대한 인식이 남아서인지 손님이 많이 없다"면서 "공공요금이 더 오르면 앞으로 100곳 정도는 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밥 한 끼가 1만원 가까이하는 시대에 목욕비는 아직도 7000~8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서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목욕탕이 계속 사라지면 온수가 나오지 않는 취약계층도 어려움이 커지는만큼 업주들의 사정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고 지원책이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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