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이태원 참사 원인, 군중 유체화…기관 대처 미흡"(종합)

기사등록 2023/01/13 13:52:04 최종수정 2023/01/13 15:40:45

이태원 일대 오후 7시 4만4173명→10시 5만7349명

9시 이후에는 거동 어려운 '군중 유체화' 현상 발생

비좁고 가파른 경사에 많은 인파 몰리면서 사고 발생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손제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브리핑실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1.1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주된 원인으로 자의에 의한 거동이 어려운 '군중 유체화'와 함께 사고 전·후 각 기관의 미흡한 조치를 지목했다.

손제한 특수본부장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고 당일 인파가 급증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졌고, 군중압력에 의해 158명이 질식 등으로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손 본부장은 "경찰·지자체·소방·서울교통공사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 및 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예방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고 당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며 "부정확한 상황판단과 상황전파 지연, 구호 조치 지연 등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돼 다수의 인명피해를 초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핼러윈 데이 축제 기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음에도 경찰과 용산구청 등 관련 기관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수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T자형 내리막 경사로 참사 당일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한강진역에서 꾸준히 인파가 유입되고 있었다.

이태원 일대 인원을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오후 7시 4만4173명 ▲오후 8시 5만1529명 ▲오후 9시 5만5936명 ▲오후 10시 5만734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맞이한 첫 핼러윈 데이라는 점이 인파 급증 원인으로 지목됐다.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이태원을 찾은 인원을 보면 지난 2020년 1만8546명에서 지난해 5만4192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사고가 발생한 오후 10시15분 기준으로 군중 밀도는 1㎡당 7.72~8.39명으로 이후 10시25분까지 최대 9.07~10.74까지 증가했다.

서퍽 대학(University of Suffolk)의 키스 박사(G. Keith Still))에 따르면 1㎡당 7명 정도의 군중 밀집도에서는 자의에 의해 거동이 어려운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약 3m 이상 떠밀릴 수 있고 압력에 의한 질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박준영 금오공대 교수는 밀집도가 높은 상황에서 전도가 발생하면 압사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전도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2200~5500뉴톤(약 220~550㎏)의 누르는 힘이 작용했고, 이는 숨쉬기 힘들고 내부 자기 손상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판단했다.

그러면서 양뱡향 통행도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는 "양방향을 일방향으로 바꾸면 밀집도 자체를 낮추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양방향 통행으로 압력을 계속 받던 사람이 기절하고 밑으로 빠지게 되면 공간이 비어 전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발생 과정을 보면 최초 112신고가 접수된 오후 6시34분께부터 양방향 교행은 가능하나 주변인 접촉 없이는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운집했다.

오후 8시30분부터는 세계음식거리로 모여드는 인파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T자형 삼거리를 중심으로 극심한 정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본은 이미 오후 9시부터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봤다. 참사 1시간15분여 전부터 사고 위험이 극심했던 셈이다.

사고 발생 직전에는 내리막길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고, 결국 사고 지점 앞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특수본은 사람들이 바닥으로 넘어지는 첫 전도가 오후 10시15분24초에 발생하고 이후 크고 작은 전도가 세 번에 걸쳐 추가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뒤편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넘어지면서 10m에 걸쳐 눌림과 끼임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의 사인은 '압착성 질식사'와 '뇌부종(저산소성 뇌손상)'등으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보면 골목의 가장 아래 지점 편의점을 기준으로 세계음식거리 도로의 높이는 4.5~5.4m로 사고 발생 골목의 경사는 8.846~11.197deg로 계산됐다. 도로 폭은 가장 좁은 곳이 3.199m로 평균 4m 내외였다.

이처럼 비좁고 가파른 경사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각시탈'와 '토끼머리띠' 그리고 "밀어"라고 외치는 선동자 등 주요 의혹들을 수사한 결과, 사고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해 11월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증축된 해밀턴 호텔 주점 테라스가 보이고 있다. 2022.11.01. jhope@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Juno22@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