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로 간 '도서정가제'…"직업 자유 침해" vs "문화 다양성 수호"

기사등록 2023/01/12 19:02:44

헌법재판소 위헌확인 사건 공개변론

대리인 측 "공익 명목으로 기본권 제한"

"이해관계자들 의견 수렴해 입법해야"

문체부 측 "도서정가제 효과 분명해"

"영세한 출판사·서점 보호하는 제도"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해 11월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2022.11.1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책을 일정 비율 이상 할인 판매할 수 없게 하는 '도서정가제'가 위헌인지를 두고 대리인과 문화체육관광부 측이 공방을 벌였다.

헌법재판소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작가 A씨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 4항 등에 대해 낸 위헌확인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출판문화진흥법 제22조 4항은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5항은 가격 할인을 10% 이내로 하도록 정한다. 마일리지 등 경제상 이익도 5%를 넘게 제공할 수 없다.

보통 '도서정가제'라고 부르는 이 조항은 2003년 도입돼 관련법이 수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요지는 큰 변화가 없었다. 도서정가제를 위반해 책을 판매할 경우 벌칙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헌재는 2011년 4월 도서정가제 조항에 관해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헌재가 심리한 사건의 청구인은 출판사 관련 협회 등이었다. 헌재는 청구인들과 도서정가제 조항 사이의 직접 관련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각하' 결정했다.

이후 웹소설 작가인 A씨가 다시 헌재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A씨는 전자책과 종이책이 시장을 서로 공유하지 않음에도 도서정가제로 인해 가격할인 등의 대처를 할 수 없어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의 자유 등이 침해됐다는 취지로 위헌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대리인들은 "도서정가제는 도입 당시 출판업계의 이익만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서점만 10% 할인을 허용하도록 만들어진 제도"라며 "웹툰·웹소설 작가들은 자신과 전혀 관련 없는 중소·지역서점 보호 등의 공익을 명목으로 기본권을 제한받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웹툰·웹소설 업계와 플랫폼에게 도서정가제가 천명하는 출판업계 보호나 중소·지역서점 보호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용한 입법을 할 수 있도록 하는게 이상적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문체부 측은 "심판대상 법률은 2014년 11월21일자로 시행돼 헌법재판소법에서 규정한 90일 이내의 청구 기간을 도과했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부적법해 각하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청구 자체가 적법하더라도, 현행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문화다양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통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웹툰·웹소설에서 주로 적용되는 대여 방식에는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는 만큼, 웹툰·웹소설에 특별한 예외를 둘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 측 참고인 윤성현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공공성보다 자기표현 등이 우선인 전자출판, 웹출판 분야에는 도서정가제가 맞지 않는다"며 "일반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도서가 많아진 상황에서 도서정가제라는 예외적 수단은 그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체부 측 참고인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에 8만개 넘는 출판사, 2500개 정도의 서점이 있고 5인 미만 업체가 각각 75%를 차지할 정도로 영세하다"며 "가격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는 출판사와 서점을 보호하는 제도가 도서정가제"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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