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구형된 전주환 '담담'…전문가 "재범 가능성 적지 않아"(종합)

기사등록 2023/01/10 17:02:29 최종수정 2023/01/10 17:04:20

검찰, 재판부에 사형 요청…2월7일 선고 예정

"참회 없어, 재발방지 위해 중한 형 불가피"

전문가 "자기초점화로 타인에 공감 어려워"

전주환, 담담한 반응…"뉘우치며 살아갈 것"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신당역 살인 사건' 전주환(31)이 지난해 9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2.09.21. (공동취재사진) 2022.09.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신귀혜 기자 =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전주환(32)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전주환이 극단적 범행을 저지른 이후에도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전문가 소견 역시 재발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한 만큼 법정최고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박정길·박정제·박사랑)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전주환에게 사형 선고와 함께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향후에도 피고인은 타인에게 분노를 느끼면 자기 합리화 또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살해와 같은 극단적인 형태의 범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민 총의로 현행법이 사형을 채택하는 이상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가장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의 목숨을 빼앗고 유족에게 상처와 고통을 줬을 뿐만 아니라 형사 사법 절차와 사회 치안시스템을 믿고 성실히 사는 국민에게도 범행 피해자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했다"며, "하지만 극단적 범행을 저지른 이후 피고인에게는 참회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고 이를 종합하면 교화의 여지가 없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검찰은 전주환이 범행 전후 또는 그 과정을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범행에 앞서 피해자 주거지를 확인하고 지역 강수량을 검색해 도구를 구매했을 뿐만 아니라 살해 당시 피가 튈 경우에 대비해 양면점퍼와 안경, 여벌 바지까지 챙겼다"며, "몸싸움을 하는 동안 칸 밖에 사람이 있음에도 (범행을) 중단하지 않고 문을 잠그면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살인이란 목적 의식이 분명했음을 뒷받침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신당역 살인 사건' 전주환(31)이 지난해 9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2.09.21. (공동취재사진) 2022.09.21. photo@newsis.com
전주환은 이날 자신의 범행 전후 등 영상이 나오는 증거 조사 내내 화면을 등지고 좌석을 지켰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는 순간에도 별다른 동요 등이 없이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전주환은 최후진술에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이 자리에 섰다"며 "너무나 후회스럽고 유족이 겪을 고통과 슬픔, 상실감과 무력감을 누그러뜨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모든 행동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구형에 앞서 이뤄진 증인신문에서는 심리분석 전문가가 나와 재범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소견을 내놨다.

우석대 김태경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현장 검증 등 일련의 상황에 감정적인 동요가 드러나지 않았고 주저 없이 자신이 먼저 칼을 달라거나 적극적으로 상황 재연에 나서는 등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하기 어려운 상태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초점화된 사람으로 자신의 감정에는 풍부하게 반응하지만 타인의 감정과 입장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상태로, 이대로만 본다면 재범 가능성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재판부가 구체적인 '재범 가능성'을 묻자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상황에 처하면 상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류의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주환은) 그런 행동이 법적인 처벌을 받고 자신에게 불이익이 되고 원치 않는다면 제어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고 보여진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해 9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 2호선 화장실 앞에 마련된 '신당역 살인 사건' 희생자 추모 장소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22.09.20. kgb@newsis.com
재판부는 오는 2월7일 전주환의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주환은 지난해 9월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여자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여성 직원 A씨를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전주환은 A씨로부터 스토킹 등 혐의로 고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검찰이 실형(징역 9년)을 구형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환은 A씨를 찾아갈 당시 주소지를 재차 확인하고, 동선을 감추기 위해 휴대전화 GPS 위치를 실제와 다른 장소로 인식하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다. 범행 흔적을 감추기 위해 헤어캡과 장갑을 준비하고, 혈흔이 묻을 경우에 대비해 양면점퍼도 착용했다고 한다.

특히 전주환은 A씨를 찾아가기 전 인터넷으로 A씨 주소지의 강수량을 확인하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태풍 '힌남노'가 북상할 때여서 A씨가 우산을 쓰고 있다면 알아보지 못할까 봐 미리 검색까지 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파악됐다. 하지만 A씨가 거주지를 옮기자 결국 1심 선고 전날 지하철역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전주환은 스토킹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2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9년을 선고 받았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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