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후 1년6개월만 복귀…뮤지컬 '이프덴'
무대 갈증에 혹독한 다이어트 22㎏ 감량
"아이 낳으며 용기 생겨...이젠 안 가본 길 개척할 것"
"뮤지컬은 내 인생... '이프덴'으로 인생 2막 열어"
뮤지컬 '이프덴'으로 무대에 복귀한 배우 정선아는 지난해 12월 첫 공연을 떠올리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1년6개월 만의 무대였다. 그때 그 순간의 벅찬 감정과 감동이 다시 밀려온 듯, 미소를 띠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관객들 박수를 받으니까 참 좋다.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며 "오랜만의 복귀라 사실 두려움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뜨겁게 반응해줬다. 20년간 꾸준히 뮤지컬 한길을 걸어온 데 대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무대를 떠나있었던 만큼 관객들이 자신을 잊어버릴까 걱정도 됐다. 임신 기간엔 22㎏나 몸무게가 늘면서 자존감이 무너지기도 했다. 무대에 대한 갈증은 커졌고 출산 후 곧장 복귀를 위해 노력했다. 보컬 레슨을 받으며, 체력을 위해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혹독한 다이어트도 했다.
'이프덴'은 이혼 후 10년 만에 뉴욕에 돌아온 엘리자베스가 선택에 따라 각각 '리즈'와 '베스'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모습을 그린다. 순간의 선택에 따라 결혼에 육아까지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리즈'와 뉴욕 도시계획부서에서 일하며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베스'의 삶이 교차된다.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여러 작품의 러브콜 속에 '이프덴'을 택한 건 또다른 도전이었다. 전 시즌에 출연한 뮤지컬 '위키드'의 사랑스러운 '글린다'와 '아이다'의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등 대극장에서 화려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정선아였다.
용기를 냈지만 빠른 극 전개와 대사량이 만만치는 않았다. 따로 연습실을 잡아서 밤낮으로 연습에 매진할 정도였다. 정선아는 "매일매일 웃고 울며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고 말했다.
"리즈와 베스처럼 계속 고민했어요. 하루에도 생각이 수십번 왔다갔다 했죠. 좋은 작품을 만났다고 생각하다가도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지',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괴로워했어요. 뮤지컬을 하면서 대사가 이렇게 많은 적도 없었어요. 기억력이 안 좋아졌는지, 잘 외워지지 않아서 정말 고생했고 많이 울었죠."
지난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정선아는 지난해 12월 20주년을 맞았다. '드림걸즈', '지킬 앤 하이드', '에비타', '드라큘라', '킹키부츠', '데스노트', '안나 카레니나', '보디가드' 등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해왔다. 무대를 넘어 영역을 확장하는 배우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뮤지컬이 더 좋단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호흡할 때면 "뮤지컬을 위해 태어났다"는 생각이 늘 든다고 했다.
정선아 개인의 삶으로도, 뮤지컬 배우로도 인생 2막의 첫 작품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극 중 엘리자베스처럼 그도 최근 몇 년간 결혼부터 출산까지 삶의 기로 속에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비혼주의자였고 아이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 뮤지컬 배우로 일을 우선으로 달려왔던 저의 모습도 좋았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던 지금도 너무 좋다. 엄마이자 여배우로서 깊어지고 풍족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인생 1막은 19살에 혜성같이 등장한 고등학생으로 시작했죠. 제 어린 시절에 뮤지컬을 빼면 아무것도 없어요. 뮤지컬은 제 인생이죠. 이젠 결혼해 아기엄마가 된 정선아로, 또 뮤지컬 배우로서 인생 2막을 열고 있죠. 그 첫 단추를 '이프덴'으로 잘 끼웠다고 생각해요. 두고두고 지금을 생각하며 '이프덴 앓이'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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