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마셔라", "사격훈련 중 뛰쳐나가라"
온라인상에 엽기적 병역면탈 수법 넘쳐나
5년간 사이버 병역 면탈 조장 행위 40% 증가
병역면탈 적발되면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인터넷 상으로 병역 면탈을 모의하거나, 허위 병역 면제를 자랑하다가 적발돼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6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러가지 병역 면탈 수법이 공유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는 "친한 정신과 의사로부터 '조울증',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의 병명으로 진단서를 발급받아 공익 요원으로 뽑힌 다음 근무지에서 정신질환자처럼 행동하면 면제받을 수 있다"는 글이 공유되고 있었다.
이 네티즌은 "사회복무요원 지원에 3번 이상 탈락하면 면제가 된다"며 "XX구는 사회복무요원 지원 경쟁률이 치열해 거기로 거주지 이전해 지원하면 공익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고도 말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군 훈련소에 들어가 자살소동을 일으키면 면제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다수 발견됐다. 또 "세제를 마시거나 날카로운 물건으로 목을 찌르는 등 훈련소에서 자살을 시도하라"는 위험한 방법도 공유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성기를 절단하면 된다", "군 면제 받게 십자인대 파열하는 방법 알려드린다"는 엽기적인 내용의 글들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병무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병역 면탈을 조장한 행위가 적발된 것은 지난 2017년 2162건에서 2021년 3021건으로 약 40% 증가했다.
지난 2012년 7종이었던 병역 면탈 수법도 지난해 47종으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적장애 위장, 동공장애 위장, 고의 아토피 악화, 중이염 유발, 성정체성장애 위장 등이 신종 수법으로 꼽혔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불법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실제 병역 면탈 시도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제기된다.
병무청의 '2021년 병무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가장 많은 병역 면탈 수법은 고의적인 체중 증·감량이었다. 병역면탈 의심자로 적발된 386명 중 113명(29.2%)이 1개월 동안 6kg을 감량하거나 21kg을 증량하는 방식으로 체중을 조절해 군 면제를 받고자 했다. 이와 같은 수법도 온라인상에서는 오래전부터 계속 횡행했던 것들이다.
다음으로 정신질환 위장이 95명(24.6%)으로 뒤를 이었다. 상당수는 인터넷상에서 위장 방법을 얻어 우울증, 대인기피 등 정신질환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병역 면탈을 시도한 사람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병역법 86조에 따르면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쓸 경우 병역법 위반으로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지난 2019년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던 20대 남성이 병역의무 감면을 위해 고의로 체중을 감량한 것이 발각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키 179㎝, 몸무게 56㎏였던 그는 온라인에서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전 '몸무게를 빼면 군대에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정보를 구한 뒤 불과 5개월 만에 9㎏를 빼 몸무게 47㎏로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에는 정신질환을 위장해 병역 면제를 시도한 병역 의무자 4명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이들은 병역 감면을 목적으로 우울, 충동조절장애, 대인기피 등 증상으로 거짓으로 호소해 같은 병원에서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특별사법경찰에 의해 적발된 병역 면탈자들의 형사처분 내역을 보면, 최근 6년간 204명이 병역 면탈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중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들이 149명으로 73.0%에 달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9명(4.4%)이었고, 아직 재판 중인 이들이 29명(14.2%)이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 박은혜)는 지난달 21일 군 관계자 출신 40대 브로커 구모씨를 구속기소하는 등 병역면탈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구씨는 뇌전증 증상을 허위로 꾸며내는 병역면탈 방법을 알려주고 인당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구씨 일당은 온라인상에서 '신체검사, 재검사, 이의제기, 현역 복무 부적합 심사, 복무 부적합, 연기 전문 상담' 등의 검색 문구를 내걸고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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