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탈나면 일상생활 '빨간불'…초가공식품 덜어내야"

기사등록 2022/12/31 14:00:00

크론병·궤양성대장염 환자 5년간 33% 증가

20~30대 39% 차지...우울증·사회활동 중단도

진단 초기 약물치료·심리·영양치료 병행해야

경희대 국내 첫 크론병 배제식이 개발 제공

붉은 육류 등 빼고 생선·계란·과일 등 채워

[서울=뉴시스]이창균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2.12.31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장은 외부 유해물질에 대한 1차 방어막이다. 하지만 다른 장기와 달리 점막 세포가 한겹이여서 외부 유해물질에 취약하다. 장에 문제가 생기면 반복적이고 갑작스러운 복통이나 설사 등으로 학업, 근무, 식사, 수면 같은 평범한 일상에 빨간불이 켜진다.

국내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증가 추세다. 염증성 장 질환이란 장에 발생하는 만성 염증질환으로 대개 복통, 설사, 혈변 등의 증상이 심해졌다 호전됐다를 반복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2015년 5만3천여 명에서 2019년 7만여 명으로 5년간 33% 증가했다. 특히 한창 사회생활에 흥미를 느끼고 경력을 쌓아가야 하는 20~39세 환자가 39%를 차지했다.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육체적·정신적 고통 뿐 아니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잦은 설사나 급박변으로 수업을 받거나 일하는 도중 급히 화장실로 뛰어가야 하다 보니 삶의 질이 상당히 떨어진다"면서 "화장실 출입을 하지 않으려고 밥을 굶는 환자들도 있고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가 심각해 사회활동을 아예 거부하는 젊은층도 많다"고 말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적절한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의 심리나 영양 치료 등도 두루 고려해야 한다. 이 센터장은 “특히 충분한 영양 공급이 필요한 소아 환자는 성장 저하가 심각하다”며 “진단 초기 강력한 약물 치료와 함께 심리 상태부터 영양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구별하기 쉽지 않은데요.

"크론병은 입부터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대개 서서히 나타납니다. 설사와 복통이 흔한 초기 증상입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이나 점막 아래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또 항문에 가까운 대장에 염증이 생겨 증상이 금방 나타나고 설사, 혈변, 복통, 급박변 등이 많이 생깁니다. 두 질환 모두 젊은층에서 많이 생기는데, 설사를 많이 하면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가 꼭 필요한 경우는 언제인가요?

"설사가 한 달 정도 지속적으로 나타난 경우 입니다. 전문의로부터 진료를 받고 특히 대장 내시경 검사를 꼭 받아야 합니다."

-염증성 장 질환의 주된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요?

"10대 후반, 30~40대 젊은층에서 많이 생기는데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유전적 원인도 일부 있지만, 많아야 30%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모두 크론병 환자라 하더라도 자녀가 크론병을 앓을 확률은 30%정도 밖에 되지 않아 환경적 원인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환경적 원인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최근 식품첨가물이 들어있고 가공과 변형이 많이 된 초가공 식품에 들어가는 다양한 인공 첨가물들이 매우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국제 저널에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근본적인 원인이고요. 항생제 오남용도 원인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죠."
[서울=뉴시스]이창균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이 진료를 보고 있다. (사진= 경희대병원 제공) 2022.12.31

-어릴 때부터 항생제를 많이 먹게 되면 크론병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하던데요.

"태어난 지 1년 이내 항생제 노출이 많았던 경우 청소년기에 염증성 장 질환이 많이 생깁니다. 성인들의 경우에도 크론병이 많이 생긴다는 최신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센터가 올해 한국인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자료를 갖고 연구한 결과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센터는 전체 한국인 염증성 장 질환 환자에서 항생제에 노출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한 결과 항생제에 노출되면 35%정도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초가공식품이나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이 먹고 사는 음식에 영향을 미쳐 유익한 균들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장벽의 보호체계가 약화되면서 약화된 장 점막을 통해 유해 세균들이 만들어내는 여러가지 물질들이 벽으로 들어오게 되고,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게 됩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우선 약물 치료가 시도되는데요.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나요?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직접 타겟팅해 염증 물질을 몸에서 제거하는 표적치료제인 인플릭시맵이 개발되면서 경과를 호전시켰고 궁극적으로 장기 입원율과 수술율 낮아졌습니다. 크론병이 지속되면 장이 점차 좁아지는 협착, 늘어나는 누공, 이로 인한 구멍이 생기는 천공 등이 발생해 응급수술이 필요하고 장을 절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급성·중증으로 약이 듣지 않거나, 염증을 장기간 방치해 대장암으로 진행된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염증성 장 질환 관리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가 있나요?

"뭘 더 먹어야 좋을지 고민하기 보다는 나쁜 음식을 피해야 합니다. 15세 이후부터 많이 생기는데, 영양제를 찾기 보다 탄산음료, 패스트푸드, 인공감미료, 과자 같은 초가공 식품을 피해야 합니다. 실제 염증성 장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영양제가 없습니다."

-크론병 환자들을 위한 식사요법인 '크론병 배제식이(CDED)'는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까요?

"네. 특히 청소년에게 도움이 됩니다. 장에 염증이 생기면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복통에 따른 식욕저하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크론병의 경우 영양소의 흡수를 담당하는 소장까지 염증이 침범할 수 있어 영양결핍 위험이 더 높은 편입니다. 센터는 국내 최초로 한국인 크론병 배제식이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는데요. 질병 초기 장내 염증 조절에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붉은 육류 등을 뺀 식단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신 생선, 계란, 콩류 같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고구마나 유제품, 과일 등의 간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일단 발병하면 평생 관리가 필요해 직장이나 학교에서 배려가 필요합니다. 절대로 위축되거나 질병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꼭 가지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가족간 심리적 지지, 사회적 지지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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