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장 "이르면 설 연휴 이후, 1월 말 해제"
"기준별 참고치 절대 기준 아냐…종합적 판단"
전문가 "정치권서 설 연휴 전 압박할까 우려"
정치권 격리 단축 요구…질병청 "당분간 유지"
2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 시기를 결정할 때 과학적 근거가 아닌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이 발표한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 23일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기준을 발표했다. ▲환자 발생 안정화 ▲위중증·사망자 발생 감소 ▲안정적 의료 대응 역량 ▲고위험군 면역 획득 등 4가지 지표 중 2가지 이상의 지표를 충족하면 1단계로 부분 해제하고, 유행이 더 안정되면 전면 해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부분 해제를 할 때에도 의료기관이나 약국, 요양원 등 감염취약시설을 포함한 사회복지시설,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는 유지된다.
방역 당국은 4가지 기준에 대한 참고치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유행 정점 이후 주간 확진자 2주 이상 감소 ▲위중증 전주 대비 감소 및 치명률 0.1% 이하 ▲중환자 병상 가용력 50% 이상 ▲동절기 추가접종률 고령층 50%·감염취약시설 60%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정부와 방역 당국은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아니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논의를 거쳐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는 단서를 달아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를 남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지 않았을 때, 부분 해제했을 때, 전면 해제했을 때 시나리오별 유행 규모에 대한 전망치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질병청은 구체적인 시뮬레이션 자료를 공개하는 대신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 시에도 최대 11만명 내에서 발생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동절기 실내활동 증가, 면역수준 변화, 신규 바이러스의 출현 및 점유율 변화에 따라 유행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마스크 의무를 완화할 때 위험 대비 이득을 따진 근거가 명백해야 하는데 정식 근거가 빈약하다"며 "마스크를 해제했을 때 어느 정도 유행이 증가할 것인지 구체적인 예측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 떠밀려 실내 마스크 논의를 시작하게 된 상황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전시장과 여당 등 정치권이 정부에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이라며 "방역 컨트롤타워로 중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가 있는데 정치권에서 먼저 제기한 것 자체가 정치방역"이라고 꼬집었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여론에 따라 근거 없이 결정하는 게 정치방역 아니냐"고 일갈했다.
방역 당국은 1월 21~24일 설 연휴 이후는 마스크 의무를 '권고'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3일 브리핑 당시 "이르면 설 연휴 이후 또는 (내년) 1월 말 해제가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확실하게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정기석 감염병 자문위원장도 "개량백신 접종에 조금 더 힘을 내면 내년 1월 말께 면역 보유자가 상당히 생길 것"이라며 "그러면 마스크를 완화할 계기가 된다"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한 익명의 감염병 전문가는 "설 연휴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게 되면 아무래도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가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설 연휴 직전에 무리해서 마스크 의무를 완화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당이 지난 22일 당정협의회에서 정부에 확진자의 7일간 격리 의무를 의료진처럼 3일로 단축해 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모두 "황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구나 확진자 격리 의무에 대해서는 지난 19일 열린 감염병 자문위 회의에서도 전혀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 당국이 재유행이 안정될 때까지 7일 격리를 유지한다고 선을 그으며 일단락 되는 분위기지만, 이 자체가 근거 기반의 '과학방역'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교수는 "의료진의 격리기간이 3일인 것은 코로나19 유행 때 의료체계가 붕괴할까봐 궁여지책으로 결정한 것이고 오미크론의 전염력 있는 배출기간은 동일하다"면서 "일반인에 적용한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처럼 상병수당이 활성화돼 있거나 아플 때 병가를 쉽게 쓸 수 있는 문화가 아니다"라며 "법적 격리 의무가 있어서 그나마 생계지원금이나 월차, 병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는데 격리가 축소되면 국민들이아프면 쉴 권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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