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16일 발표한 대학 '4대 요건' 개정안에 대해 대학가에서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학법인의 학교에 대한 교육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임교원을 뽑아야 하는 하한선도 낮춰 신분 불안정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 시안에 따르면 사립대학은 앞으로 연간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과 수강료 수입액에 해당하는 만큼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 시 법정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완화한다.

아울러 연간 등록금·수강료 수입의 2.8%를 사학법인이 대학에 지원한다면 이러한 기준을 채운 것으로 본다.

당초에는 등록금과 수강료 수입 외에도 학교의 임대료, 고정자산 처분수익 등 운영수익 총액에 해당하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매년 기준을 채우기 위해 수익용 기본재산을 늘려야 하므로, 학교법인이 수익을 창출해 대학 교육 투자에 쓰게 하는 취지와 벗어난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학법인이 대학에 대한 투자를 더 줄이도록 고삐를 풀어 줬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민간 연구소인 대학교육연구소의 지난해 '사립대학법인 재정운영 실태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사학법인의 교비회계 전입금은 6455억원으로 교비회계 수입총액 22조4551억원 대비 2.9% 수준에 불과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4년제 사립대학의 등록금·수강료 수입은 약 10조원 수준"이라며 "연간 등록금·수강료 수입의 2.8%라면 6800억원의 전입금이 2800억원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8%라는 것이 현실에 맞는 기준인 것이 아니라 사학법인의 책무성을 확보해야 할 자산을 없애는 동시에 법인 전입금이 지금보다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직원, 교수들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에서 교육 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해 처분하고 손을 떼려는 이른바 '먹튀'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사학법인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하고, 이런 것들을 처분하더라도 수익금을 교육에 투입한다는 믿음이 없는 상황"며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교비로 넣으려던 것을 취소하고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하겠다고 교육부에 변경 신청을 접수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비수도권 지역에는 그간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아 보전 조치를 해야 함에도 수년째 못 하고 있던 대학들이 있다"며 "돈 한 푼 안 들이고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해 팔아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교원 확보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신분이 불안정한 비전임 교원이 크게 늘어날 것이며, 인문계열 등 취약한 기초 학문 분야도 위태로워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은 전체 교원의 3분의 1까지 겸임·초빙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현재의 5분의 1에서 대폭 늘렸다.

여기에 학과를 새로 만들거나 폐지하는 구조조정을 할 때 교원확보율을 조정 전 이상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제가 폐지되면서 우려가 더 가중되고 있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이사장은 "사학법인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해 대학 구성원들의 신분이 파리 목숨으로 전락하고 교육 환경이 열악해질 것"이라며 "전임교원을 뽑지 않아도 되니 교원 질의 관리 측면도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은 기초학문 분야에 속하는 학과들의 정원을 축소시키거나 폐과 조치를 임의로 단행해 학문의 심각한 불균형 발전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며 "교원부족에 시달리는 인기있는 학과들의 정원을 급속히 늘려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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