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추가시간 황희찬 2-1 역전골 도와
손흥민, 세 번째 월드컵에서 마침내 '16강 진출'
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뛰었다.
손흥민의 마스크 투혼 속에 포르투갈을 2-1로 꺾은 벤투호는 1승1무1패(승점 4 골득실 0 4득점)를 기록, 같은 시간 가나를 2-0으로 이긴 우루과이(승점 4 골득실 0 2득점)를 제치고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오른 건 2002년 한일월드컵,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원정 16강은 두 번째다.
손흥민에게 카타르월드컵은 투혼의 대회로 기억될 만하다.
대회 개막을 보름여 앞두고 왼쪽 눈 주위가 골절되는 안와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아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은 손흥민은 최종 명단에 올렸고, 수술 후 빠른 회복세를 보인 손흥민도 소속팀에서 제작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카타르 도하에 입성했다.
훈련 중 질주와 슈팅은 무리가 없었지만, 격렬한 몸싸움이 오가는 실전에서도 손흥민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 상대와 경합에서 부딪쳐 넘어져도 곧장 일어났고, 개인 기술을 활용한 드리블과 돌파도 시원했다.
부상 부위를 의식한 듯 의도적으로 헤딩을 하지 않았던 1차전과 달리 가나와의 2차전에선 팀이 2-3으로 끌려가자 헤더를 시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또 한 차례 오버헤드킥은 손흥민이 이번 월드컵을 얼마나 절실하게 임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다만 우리가 알던 2021~2022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가나전에서 손흥민이 평소라면 슈팅까지 이어갔을 만한 장면에서 공을 흘린 것도 이 때문이다.
손흥민도 자기 경기력에 실망한 듯 가나전 패배 후 눈시울을 붉히며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보이기도 했다.
프로 무대 데뷔 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우상"이라고 자주 표현하며 닮은 싶은 선수 중 한 명으로 꼽았던 손흥민은 포르투갈과 최종전에서 호날두를 넘어야 했다.
소속팀에선 만난 적이 있지만, 월드컵 무대에서 둘이 격돌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손흥민은 가나전보다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포르투갈전까지 이번 대회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던 손흥민은 전반 40분 박스 페널티박스 외곽 정면에서 왼발 슛으로 첫 유효슈팅에 성공했다.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지만, 골에 대한 손흥민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후반 11분 역습 찬스에선 조규성(전북)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을 시도했으나, 수비에 맞고 무산됐다.
코너킥을 차기 위해 이동하던 손흥민은 한국 원정 팬들의 박수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또 후반 21분에도 왼발 슛이 골키퍼 품에 안겼고, 후반 25분 상대 박스 안에서 오른발 논스톱 슛은 수비수의 몸에 맞았다.
기적은 정규시간 90분이 지나 추가시간 1분이 됐을 무렵 일어났다.
우리 진영에서 공을 따낸 손흥민이 약 70m 이상을 질주한 뒤 포르투갈 수비수 3명의 견제를 뚫고 찔러준 패스를 황희찬(울버햄튼)이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포르투갈 수비수들을 완벽히 따돌린 손흥민의 키 패스 하나가 한국의 운명을 바꾼 순간이다.
손흥민은 경기 막판 질주 상황에서 마스크가 벗겨지자 손에 들고 뛰기까지 했다. 캡틴의 투혼이 또 하나의 기적을 연출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마스크를 벗고 그라운드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눈물을 쏟아냈다.
동료들과 그라운드 가운데 둥그랗게 모여 우루과이와 가나전 결과를 지켜본 손흥민은 16강이 확정되자 오열했다. 그의 세 번째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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