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T·LGU+, 28㎓ 대역 쓰지마"…SKT만 20배 빠른 5G?

기사등록 2022/11/18 17:37:56 최종수정 2022/11/19 08:19:18

5G 주파수 할당 조건 이행기준, SKT만 겨우 넘겨

28㎓ 스마트폰 없어 당장 이용자 피해는 없을 듯

尹정부 약속 '지하철 와이파이' 지키기 어려울듯

새 사업자 진입 추진…2개 이통사+1개 신규 체제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정부가 KT와 LG유플러스의 5G 주파수 28㎓ 대역에 대한 할당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5G 상용화를 앞두고 주파수를 할당하며 제시한 기준에 미달했다는 이유다.

28㎓ 대역은 이론상 최대 20배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데, 이제 이를 실현할 이통사가 SK텔레콤 한 곳만 남게 됐다. 대신 정부는 새로운 사업자를 진입시켜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이용자 편익이 계속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제기된 주파수 할당 취소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한 셈이 됐다. 이통사 입장에선 앞으로 주파수 할당 조건 미이행시 실제 주파수를 뺏길 수 있다는 사례로 남게 됐다.
 
이같은 강경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데에는 당장 이용자 피해를 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는 3.5㎓ 대역이다.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도 3.5㎓ 대역만 지원한다.

◆ 어쩌다 할당 취소까지?

과기정통부는 2018년 5G 주파수 3.5㎓, 28㎓ 대역을 할당했다. 그러면서 이용 3년차까지 3.5㎓ 대역은 2만2500기지국, 28㎓ 대역은 1만5000개의 장치를 구축할 것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3.5㎓와 28㎓에 차이를 둔 것은 향후 시장 잠재력은 크다고 봤지만 활성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 위험을 줄여준다는 차원에서 기준을 낮췄다.

이에 주파수 할당 최저경쟁 가격을 낮추는 것은 물론 이용 기간도 절반으로 줄였다. 3.5㎓ 대역의 이용기간은 10년, 28㎓ 대역은 5년이다.

이통3사는 3.5㎓ 대역에 대해서는 모두 기준을 넘겼다. 반면 28㎓ 대역은 할당 취소 기준인 30점을 넘긴 사업자가 SK텔레콤 한 곳이다. SK텔레콤은 30.5점, LG유플러스 28.9점, KT 27.3점을 받았다.

애초에 정부가 무리하게 할당하고 조건을 부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평가를 앞두고 이통사가 주파수 특성 등을 근거로 28㎓ 활성화에 대한 어려움을 계속해서 호소해왔기 때문.

하지만 정부는 28㎓ 대역 할당은 이통사 요청에 의한 것이고, 구제를 위해 조건을 완화했다는 점을 들며 반박했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 구축 완료한 장비만 인정해야 하는 기준을 완화해 장비 개설 신고만 해도 인정해줬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18일 실시한 브리핑에서 “2018년 할당 공고문에 30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할당을 취소한다는 게 명시가 돼 있다”며 “재량으로 결정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이통3사는 과기정통부에 주파수 대역별 기지국 구축 실적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2022.5.3 *재판매 및 DB 금지
◆ 기지국 구축은 LGU+가 1등인데 왜 취소?

과기정통부가 평가에 앞서 이통3사에게 제출받은 망 구축 실적에서는 LG유플러스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말 기준 28㎓ 대역 망 구축 실적은 LG유플러스가 1868대(12.5%)로 가장 많고 SK텔레콤 1605대(10.7%), KT 1586대(10.6%) 순이다.

이대로라면 취소는 LG유플러스가 아닌 SK텔레콤이 됐어야 한다.

결과가 다른 이유는 단순히 망 구축 숫자만 본 게 아닌 향후 계획까지 평가했다는 데 있다. 과기정통부는 60%는 정량적, 40%는 정성적 평가로 나눴다. 정량적 평가에는 망 구축 실적과 함께 관련 서비스 이행 실적 등을, 정성적 평가에는 향후 구축 계획과 함께 서비스 의지 등을 반영했다.

종합적으로 SK텔레콤이 더 많은 점수를 받은 셈이다. 다만 구체적은 숫자는 사업자의 영업기밀이 될 수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할당 취소 기준은 넘겼지만 목표치에 현저히 미달한 만큼 추가 조건이 붙었다. 이용기간 10%(6개월) 단축과 함께 재할당을 결정하는 내년 5월31일까지 1만5000대를 모두 채우라는 조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할당을 받을 수 없다. 28㎓ 대역 이용기간은 내년 11월 말까지다.

◆ KT, LGU+ 가입자만 피해?

KT와 LG유플러스가 28㎓ 대역 할당 대역 취소 조치를 받으면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사업자는 SK텔레콤만 남게 됐다.

그렇다고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28㎓ 대역 자체가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원하는 스마트폰도 없다.

‘20배 빠른 5G‘가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통3사가 보유한 28㎓ 대역은 3.5㎓ 대역보다 폭이 더 넓고 주파수 특성상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초고주파 대역인 28㎓은 특성상 회절성이 약하고 투과율이 낮아 보다 촘촘하게 설치해야 한다. 이로 인해 도심에서는 활용성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투자비가 요구된다. 기업간거래(B2B)용으로 사용처를 찾고 있지만 수요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통3사가 전국망으로 3.5㎓를 이용하고 있다. 28㎓ 대역에 대해서는 할당 대가로 각각 2000억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회계상 손상 처리를 했다. 이를 적극적으로 추가 투자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KT, LG유플러스 가입자가 피해를 보고 SK텔레콤 가입자 편익만 유지되는 건 아니다. SK텔레콤 가입자도 현재 28㎓를 이용할 수 없다.
【서울=뉴시스】 지하철 2호선 성수지선에서는 28㎓ 기반 지하철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으로 벽면에 부착된 QR을 찍어야 이용 가능하다. 2022.5.20

◆ 尹 정부 내세운 '지하철 와이파이'…향방은?

당장의 이용자 피해는 없지만 28㎓로 지하철 와이파이 속도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자칫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하철 와이파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차세대 네트워크 발전 전략에서 제시한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이를 통해 현재보다 10배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기존에는 LTE를 백홀로 이용하고 있었는데 5G로 바꾸고 와이파이 표준도 최신인 와이파이6E를 활용하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28㎓ 대역을 백홀로 활용한 지하철 와이파이 성능개선을 지하철 2호선 성수지선에서 실시했다. 이를 지하철 2, 5~8호선으로 확대해 내년부터 서비스할 예정이었다. SK텔레콤이 2·8호선, KT가 5·6호선, LG유플러스가 5·7호선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제 28㎓ 대역을 사용할 수 있는 사업자는 SK텔레콤 뿐이다. 서비스도 SK텔레콤만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는 “현재 실증 단계로 5개 노선에 기지국은 설치했지만 서비스를 위한 장비를 각 열차에도 구축해야 하는데 이건 아직 진행중”이라며 “서비스를 론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한다는 측면에서 (이통사가)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며 “다만 할당이 취소된 상태에서 그런 의무를 부과하는 게 법적으로 타당한지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업자들도 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주파수 할당 취소와 관련한 입장에서 “지하철 와이파이 등에 이미 제공중인 28㎓ 서비스의 중단으로 고객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 계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 28㎓ 대역, 이통사 한 곳 빼고 신규 추가…시장 경쟁 촉진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에 대한 최종 처분을 다음달 청문절차를 거쳐 실시할 예정이다. 2개 사업자에 대한 할당이 최종 취소되면 해당 대역 중 1개 대역에 대해서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28㎓ 대역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신호제어용 주파수(앵커주파수)를 시장 선호도가 높은 대역으로 공급하고, 신규 사업자의 투자부담 경감과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도록 주파수 이용단위(전국·지역 등)를 사업자가 선택할 수도 있는 새로운 할당방식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기간통신사업자의 상호접속, 설비제공 등에 대한 지원방안도 함께 검토하는 등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국내 진출을 준비중인 미국 사업자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사업을 위해 할당 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직접적인 진출은 어렵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 기업이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기 떄문. 다만 지분 투자는 49%까지 가능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간접투자는 100% 가능하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사업자에게 28㎓ 주파수가 공급될 경우 잔여 1개 대역은 일정기간 경과 후 KT, LG유플러스간 경쟁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할당 취소된 2개 사업자 중 1개 사업자에게는 주파수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

이 경우 앞으로 28㎓ 대역은 2개 이통사와 1개의 새로운 사업자가 서비스하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할당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들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이행강제금 등 제도적 방안 마련도 병행키로 했다.       

취소된 2개 대역에 대한 신규 사업자 진입 촉진 방안과 1개 잔여 대역에 대한 구체적 정책방향은 다음달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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