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韓원전 경쟁력 잘 알고 있다…녹색 기술 협력 기대"
尹 "필리핀 스마트시티 건설과 인프라 사업, 韓기업 참여하길"
마르코스 "尹, 인·태전략 정말 인상 깊어…전적으로 동의한다"
[프놈펜·서울=뉴시스] 박미영 양소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6월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을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났다. 양국 정부가 출범한 후 처음 열린 한-필리핀 정상회담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바탄 원자력 발전소(BNPP)' 재개를 위해 한국 정부에 협력을 제안한 데에 환영했다. 마르코스 대통령도 원전 협력에 기대를 표명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캄보디아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했다. 양 정상은 1949년 수교 이후 꾸준히 발전해온 한-필리핀 관계를 이야기하며 우호 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필리핀 바탄 원자력발전소 재개를 놓고 두 정상은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필리핀 정부는 1970년대 국제 유가 충격에 대비해 루손섬에 바탄 원전을 건설했다. 그러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페르난데스 마르코스 시니어 정권의 몰락이 겹치며 바탄 원전은 완공 이후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가동되지 못했다.
페르난데스 마르코스 시니어의 아들인 마르코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한국으로부터의 자문을 받아 바탄 원자력 발전소 가동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필리핀측의 협력 제의를 환영한다"며 "구체적인 협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마르코스 대통령의 제안에 화답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잘 알고 있다"며 양국 간 원전 협력에 기대를 나타냈다. 또 "원자력 협력에 더하여 한국과 녹색기술 분야의 협력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은 스마트시티 건설을 포함해 필리핀이 추진 중인 다양한 인프라 확대 사업에도 우리 기업이 참여·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당부했다.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 데에 사의를 표하고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인상 깊게 들었다고 화답했다. 또 양국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마르코스 대통령의 취임식 때 한국 측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대표로 보낸 우리 특사단을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확고한 양국 관계 발전 의지를 보여주신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 최근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필리핀 국민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필리핀 국민들께서 온전한 일상으로 조속히 복귀하시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리고 우리 정부는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은 지난 1949년 아세안 최초로 대한민국과 수교했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7400여 명의 병력을 지원한 우리의 우방국"이라며 "우리 국민은 한국의 자유와 평화 수호에 기여한 필리핀 청년들의 그 숭고한 희생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의 연대를 강조하며 '필리핀은 모두의 친구가 되겠다'고 한 대통령님의 연설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이 원전, 국방, 방산 인프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연대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제는 저희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켜 나가는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이어 "그러한 차원에서 저희가 최근에 개시한 양국 간의 과학기술, 어업 해양 분야에 있어서의 공동의 협력은 이러한 협력 심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날 윤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정말 인상 깊게 들었다"고 밝히며 "(윤 대통령이) 말한대로 이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시대다. 윤 대통령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최근 태풍과 관련한 희생자들에 대해서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 주신 데 대해서 감사하다"며 이번 태풍은 "기후변화에 대해서 얼마나 중요하게 대응해야 되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필리핀은 기후 변화에 취약한 나라 중 하나"라며 "글로벌 위기에 맞서서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하고 조정하고, 또 적응해 나가는 데 있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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