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리스크'에 뭉친 野, '尹·韓 술자리' 의혹에 흔들리나

기사등록 2022/10/29 08:00:00 최종수정 2022/10/29 08:15:03

지도부, 'TF·특검' 거론하며 술자리 의혹 제기 확대

김의겸 의혹 제기엔 '의원으로서 할 수 있다' 공감

"소문 진위 확인 요청할 수도" "韓 성실히 답해야"

지도부 참전엔 "이성 상실한 것 같다" "냉정해야"

지도부 기조 변화 없을 듯…"尹 참석은 맞는 듯"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통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여동준 기자 =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이의 술자리 의혹을 두고 민주당 내 입장이 엇갈리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단일대오를 형성했던 민주당이 술자리 의혹에 다소 흔들리는 모양새다.

김 의원의 의혹 제기 자체는 '의원으로서 제기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지도부가 의혹 제기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선 당 일각에서 강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측근을 향한 수사에 뭉쳤던 모습과 달리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이성을 잃었다"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확한 팩트가 뒷받침되지 않는 의혹 제기가 자칫 역풍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재명 리스크에 무차별적 폭로가 여권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7월19일 밤, 술자리를 가신 기억이 있느냐"며 "그 자리에 제보 내용에 따르면, 김앤장 변호사 30명가량이 있었다. 윤 대통령도 이 자리에 '청담동 바'에 합류를 했다. 기억나시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비슷한 자리에도 당연히 간 적 없다"며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서 앞으로 어떤, 공직이라든지 다 걸겠다. 뭐를 걸겠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실도 의혹 제기에 "완전히 꾸며낸 소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한 장관은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튜브 등으로 유포한 '더탐사 및 그 관계자'들과 이에 '협업'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란 입장을 냈다.

의혹의 중심에 선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역시 "한동훈이라는 이름의 한 자도 아는 사실이 없으며, 사적으로 대통령님을 만난 사실이 없음을 하늘을 두고 맹세한다"며 김 의원과 유튜버 '더탐사'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등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28일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김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친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장관이 똑똑한 사람이다. 국회에서 국무위원에 대해 질의를 할 때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적 근거를 갖고 질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77주년 교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2.10.28. xconfind@newsis.com
이와 달리 지도부에서는 해당 의혹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사태를 확장시켰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전국민이 궁금해한다. 국민을 대신해 제가 다시 묻겠다"며 "한 장관, 윤 대통령과 술자리를 하셨냐. 한 장관, 대형 로펌과 술자리를 하지 않았냐"며 거듭 물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장 최고위원이 말한 것처럼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청담동 술자리에서 김앤장 변호사와 술자리를 새벽까지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얼마나 억울하겠냐. 반드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나가겠다"고 비꼬았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2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떳떳하다면 7월19일과 20일 사이에 어디 있었는지 동선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그러면 진짜 한번 특별검사를 임용해 진실을 밝히시든지"라며 특검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 의원의 의혹 제기에 '의원으로서 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모으면서도 지도부에서 의혹 제기를 이어가는 데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의혹 제기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런 소문이 있던데 진위를 확인해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도부에서까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문제 같다. 한 장관이 그 정도 발언을 했으면 팩트가 없는 것 아니냐"며 "지도부가 이성을 상실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당직을 맡은 경험이 있는 의원은 "지도부가 자신이 있으니까 특검을 하자고 하는 것 아니겠냐"며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데 저렇게 한다면 짐을 싸서 내려와야 한다. 너무 안 지려고 '다 까봐' 하다가 다 까면 어쩌냐"고 우려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이세창이라는 사람과 첼리스트의 증언이 있는 문제라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 장관이) 거기에 성실히 답하면 되는 문제"라면서도 "지도부까지 올라탈지는 몰랐다. 정색하고 전방위적으로 싸워야 할 문제인가 싶긴 하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상임위에서 한 장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데 당 차원에서 이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냉정해야 한다. 한 장관이 강하게 나온다고 해서 열 내며 쏠리면 안 된다"고 했다.

한 법조인 출신 의원은 "제보를 받으면 질의를 할 수 있고 묵히는 것보다 국정감사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으면 그 판단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혹시 사실일까 싶어서 여기 저기 전화해봤는데 비슷한 것도 들어본 적 없다고 다들 그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근거는 없는 상황인데 지도부까지 참전하는 것이 적절하진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27. photo@newsis.com

하지만 지도부 기조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한 장관은 모르겠는데 윤 대통령과 김앤장 변호사가 있던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술자리 참석자에 종업원까지 사람이 몇 명인데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28일 윤 대통령이 해당 의혹에 대한 질문에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뉴스 선동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의 정부 인사 대상 질의권은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국민을 대신해 어떤 질문을 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김 의원도 28일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장관이 자꾸 뭘 걸라고 하고, 대통령께서는 저급하고 유치한 선동이라고 얘기했는데 거기 더해 당까지 징계안을 제출했다"며 "당, 정부, 대통령실의 저급하고 유치한 몰매"라고 맞섰다.

또 "이번 사안의 본질은 국정감사장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그 자리에 있었다고 지목된 분이, 일반 시민이 아니라 자유총연맹 총재까지 지낸 분이 그 자리를 주선했다고 인정했는데 그런 사안에 대해 질문을 못한다고 하면 더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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