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은 작지만, 외침은 강하다. 작은 소녀의 단호한 말투가 객석의 어른이들을 압도한다. 책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똑똑한 어린 소녀가 어른들의 부당함에 '약간의 똘끼'와 '용기'로 당당히 맞서며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다.
지난 5일부터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마틸다'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꿈꿀 수 있는 동화 같은 작품이다. 권선징악의 통쾌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와 기발하고 위트있는 상상력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각자만의 마틸다가 되는 상상 속에 빠지게 된다. 누군가는 악당을 무찌르는 영웅이 되고, 누군가는 가슴속 용기에 불이 지펴진다.
그러나 마틸다는 주눅 들지 않는다. '라푼젤', '로미오와 줄리엣' 등 책 속 주인공들처럼 정해진 운명대로 살지 않겠다고 말한다. 불공평하고 부당할 때 그저 견디고 참아내는 건 정답이 아니라고 외친다.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나가겠다는 작은 소녀의 용기는 때론 더 약하고 현실에 타협하게 되는 어른들을 일깨운다.
함께 뽑힌 아역 앙상블들도 또다른 주역이다. 노래와 춤으로 무대를 풍성하게 꾸미고, 극을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무시무시한 크런쳄 학교 입학식에서 A부터 Z까지 알파벳 블록을 쌓아가며 부르는 '스쿨송'과 그네로 뛰어들어 객석 위까지 넘나들며 어른이 되는 상상을 하는 '어른이 되면(When I grow up)' 등 명장면은 탄성을 부른다.
또 책과 알파벳으로 뒤덮인 세트부터 트런치불의 해머돌리기, 마틸다의 초능력 등 무대장치와 특수효과로 구현되는 다채로운 장면이 동화적인 느낌을 더한다.
작품의 완성도는 이미 검증됐다. 20세기 위대한 아동문학가로 꼽히며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친숙한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이 원작이다. 143년 전통의 영국 명문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가 '레미제라블' 이후 25년 만에 탄생시킨 뮤지컬이다. 2011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고, 올리비에상 7개 부문과 토니상 4개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에선 2018년 초연했고, 4년 만에 두 번째 시즌이다. 교장 미스 트런치불로 열연하는 최재림, 장지후를 비롯해 최정원, 방진의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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