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었는데 씀씀이 줄어…물가 상승 영향
2분기 소득하위 20% 가계 수지 28만원 적자
식료품·공공요금·보건 등 중심으로 지출 늘어
연말 물가 꺾인다는데…"불확실성 여전히 커"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추석 대목이지만 올해 들어 꾸준히 치솟은 물가 탓에 서민들은 장바구니 채우기가 무섭다. 딱히 소득이 줄어들지 않았어도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굳게 닫힌 지갑은 쉽사리 열리지 않는다.
여기에 잘 사는 사람은 더 많이 벌고 못사는 사람은 덜 버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가중되는 추세다.
4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483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12.7% 늘었다.
이는 1인 가구 이상을 포함하는 가계동향조사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6년 이래 역대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지난 1분기(10.1%)에 이어 2분기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기도 하다.
이 기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61만9000원으로 5.8% 늘었다. 같은 분기 기준으로는 2010년 2분기(6.7%)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하지만 소득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씀씀이가 커지지는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이 0.4%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2분기(1.3%) 이후 같은 분기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수준이다.
그만큼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6.4로 한 달 전보다 6.2포인트(p) 빠졌다. 7월에는 이 수치가 86.0까지 내려가면서 2020년 9월(80.9) 이후 처음으로 90을 밑돌았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소비심리를 비관적으로 본다.
실제로 지난 4월(4.8%), 5월(5.4%) 6월(6.0%)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이러한 물가 고공행진은 서민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었다.
올해 2분기 소득 하위 20%의 평균소비성향은 13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p 하락했다. 이는 가구가 실제로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가계수지는 28만2000원 적자를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94만원)보다 소비지출(122만2000원) 더 많았다는 의미다. 특히, 월평균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5.9% 늘었다.
항목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 관련 지출이 24만8000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5% 늘어난 액수다.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지갑 사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한 주거·수도·광열 등 공공요금도 22만2000원으로 8.6% 오르면서 부담을 더했다.
소비지출 비중은 식료품·비주류음료(20.3%), 주거·수도·광열(18.2%), 보건(12.9%) 순이었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출 위주로 씀씀이가 컸던 셈이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의 평균소비성향은 52.7%로 8.7p 내렸고, 흑자액은 394만1000원에 달했다.
저소득층과는 반대로 식료품·비주류음료(51만6000원), 주거·수도·광열(37만원) 관련 지출이 각각 4.4%, 18.9%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대신 음식·숙박(68만5000원), 오락·문화(33만2000원) 등 외부 활동 관련 지출이 각각 17.0%, 14.6% 늘었다.
소비지출 비중은 음식·숙박(15.6%), 교통(14.1%), 식료품·비주류음료(11.8%) 순이다.
적자가구 비율은 1분위와 5분위 각각 53.7%, 6.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정부는 소득·분배 여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추석민생대책 등 물가 안정책을 통해 저소득층 가구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2차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마련한 긴급생활지원금과 에너지바우처 등도 지급해오고 있다.
여기에 연말로 갈수록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 만에 꺾이면서 5%대로 내려오기도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과 유류세 인하 등 노력으로 단기적으로 물가가 하락했는데 완전히 꺾였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근본적인 공급망 이슈가 정치적 요인에 좌우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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