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 피해자 "대법, 국가 배상책임 인정…만시지탄"

기사등록 2022/08/30 16:59:27 최종수정 2022/08/30 18:30:44

"7년만에 판결 바로잡혀…만시지탄"

"대법이 인권 수호자 모습 찾은 것"

"오늘 판결이 완전한 해결은 아냐"

대리인 "기본권 구제에 문제 생겨"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이 30일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날 서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민변 긴급조치변호단과 사단법인 긴급조치사람들 회원들이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3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9호'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7년만에 판례를 변경하자 피해자 단체가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패소가 확정된 피해자들의 배상이 요원한 점을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긴급조치변호단과 '긴급조치사람들'은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긴급조치사람들은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경과된 시점에서 바로 잡은 판결이라는 점에서 실로 만사지탄의 느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7년전 국가배상 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이 '사법농단' 혐의의 일부라는 의심도 나온다.

긴급조치사람들은 "국가폭력이나 위헌·위법 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인권규범을 뒤늦게나마 수용해 대법원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자라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곳은 아니다"라며 "긴급조치9호 국가배상 청구소송 제기자 약 60%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농단에 의해 이미 대법원 등에서 패소 확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체적으로 파악한 것은 417명인데, 승소한 경우는 50명에 불과하다. 패소한 이들은 193명에 달한다. 174명 정도가 계류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미 패소가 확졍됐다면 국가배상이 요원하다는 우려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이 사건 대리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저희가 2013년 소송을 냈다. 빨리 진행된 사건은 이미 (패소가) 확정됐다. 이미 판결이 끝난 사람들은 구제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조치변호단 이영기 변호사는 "이미 확정된 분들의 피해 구제도 필요하다. 일단 특별법 제정이 논의가 되는데, 이 부분에 크게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 국회와 협의해서 특별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영선 민변 회장은 "이번 판결로 경찰, 검찰, 법원 등 권력기관이 국가의 입법작용, 행정작용, 사법작용을 어떻게 행사해야 할지 성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A씨 등 7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긴급조치 9호는 지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1975년 5월13일 시행됐으며, 이른바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규정이었다. 피해자들은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수감생활을 했다.

긴급조치 9호에 관해 전합은 지난 2013년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제한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2015년 3월26일 대법원 3부(당시 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국가가 긴급조치권 발동으로 인한 정치적 책임만 질 뿐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판례에 따라 하급심들이 다수의 배상 청구를 기각해왔고, 이날 판례 변경이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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