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물가상승률 6.3%…IMF 이후 최대치
폭염·장마에 생산비 오르며 채소류 급등
공공요금 인상에 전기·가스·수도 15.7%↑
전월比 상승폭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아
10월 정점 전망…유가 폭등 등 변수 여전
추석 물가 자극 우려…다음 주 '민생대책'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지난달 폭염과 장마로 인해 채소류 가격이 치솟으며 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하며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6%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여 만에 최대치다.
전월 대비 상승 폭이 둔화되는 등 일부 긍정 신호도 감지되고 있지만 농산물·가공식품 등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이른 추석으로 성수품 수요가 몰리며 상승세를 더욱 자극해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1년 전보다 6.3% 상승했다. 이는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물가는 지난해 10월(3.2%),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보였다. 3월(4.1%)과 4월(4.8%)에 이어 5월 5.4%까지 오르더니 6월에는 6%대에 올라섰다. 7월도 6.3%로 두 달 연속 6%대 흐름이다.
지난달 물가에서 채소류 가격은 25.9% 치솟았다. 2020년 9월(31.8%)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세다. 특히 배추가 72.7% 올랐으며 오이 73.0%, 상추 63.1%, 파 48.5%, 시금치 70.6% 등에서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채소류 가격 급등은 지난달 폭염에 더해 장마로 비가 자주 내린데다가 지난해 낮았던 가격의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유류비와 비료비 등 전반적인 생산비가 오른 것도 채소류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업제품은 전년보다 8.9% 올랐다. 경유(47.0%), 휘발유(25.5%), 등유(80.0%), 자동차용 LPG(21.4%) 등 석유류 가격이 35.1%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공요금 인상 영향으로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대비 15.7% 상승했다. 전기료(18.2%), 도시가스(18.3%), 지역 난방비(12.5%)가 모두 오르면서다. 이는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서비스 물가 중에서는 방역조치 해제와 7월 야외활동이 늘어난 영향으로 개인서비스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 상승 폭은 1998년 4월(6.6%) 이후 24년 3개월 만에 가장 크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상승 폭과 함께 두 달 연속 6%대라는 부정적인 수식어들이 서두를 장식했다. 하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은 점차 줄어들며 불안한 물가 지표 속에서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났다.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0.6%, 3~5월 0.7%를 기록했지만, 6월에는 0.6%로 상승 폭이 꺾였다. 이후 7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0.5% 오르며 상승 폭이 점차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그동안 물가 상승을 견인했던 국제유가 급등세가 다소 완화된 영향이다.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1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4.8% 하락한 93.8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마찬가지로 물가를 자극하던 국제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도 주요국의 경기 둔화 전망에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고삐 풀린 듯 치솟던 물가 상승률이 최근 상승 폭 둔화와 함께 9~10월 중 정점을 찍고 내려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돌발적인 변수가 없는 한 9~10월경이 피크 정점이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밝혔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날 "국제 유가 급등 등 대외적 불안 요인들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고, 지난해 8~9월 높은 물가의 기저효과도 작용하면서 다음 달 오름세는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률이 6% 이하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7%대로 오를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연간 물가상승률과 관련해서는 "5%는 넘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다만 이같은 관측에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이 없어야 하고, 국제 공급망 차질 등의 변수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고환율도 안정세가 필요하다.
여기에 이른 추석으로 성수품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예측도 물가의 상방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다음 주 중에 물가 안정을 위한 민생대책을 발표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농축수산물 등 생활물가 안정화와 민생여건 개선을 위해 8월 추석 민생 안정 대책 등 추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