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 공정, 피치 올리는 인텔·SMIC…삼성 초격차 '흔들'

기사등록 2022/07/22 14:00:00 최종수정 2022/07/22 14:48:43

미·중 패권 경쟁 속 양국 기업들 추격에 가속도

"위협 안 되지만"…지정학적 리스크 겹쳐 '긴장'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최근 인텔과 SMIC(中芯國際·중신궈지) 등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업에서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 추격전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반도체 기업의 '기술 격차'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기업은 미·중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다면 실상 수혜자가 될 수도 있어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22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올해 하반기 인텔4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인텔4는 7나노 기술 노드를 의미한다.

그동안 7나노 미만 반도체 공정은 '마(魔)의 벽'으로 여겨져 왔다. 글로벌 파운드리가 대표적 사례다. 이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 TSMC 등과 초미세 공정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14나노 때부터 자본과 기술의 한계에 봉착했다. 결국 글로벌 파운드리는 2018년 7나노 공정 개발을 포기했다. 이후 초미세 공정은 사실상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던 시장이다.

하지만 판도 변화가 최근 주목받는다. 인텔이 새로운 경쟁자를 자처하고 나서면서다. 인텔은 7나노급에 이어, 3나노에 준하는 공정인 '인텔4'를 2023년 하반기, 2나노 이하 공정인 인텔 20A(옹스트롬·0.1나노)와 18A는 각각 2024년 상·하반기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최근 세계 최초로 3나노 초도 양산에 들어간 삼성전자나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보다 양산 계획이 빠른 것이어서, 실현 여부에 관심이다.

여기에 중국 업체까지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SMIC도 공정 기술 분야에서 TSMC, 삼성 등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이 업체는 'N+2'라고 불리는 7나노 공정의 대량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다만 인텔과 SMIC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의 7나노 공정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7나노 미만 공정은 EUV 장비 없이는 개척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며, 장비가 있더라도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MIC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네덜란드 ASML이 제작하는 EUV 장비의 중국 반입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더 난관에 처한 것으로 본다. 앞서 TSMC와 삼성전자는 각각 2018년과 2019년에 7나노 공정을 선보였고, 현재 3나노 수준의 양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아직 3~4년의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산 만으로는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라면서 "유의미한 실적이 나오는지를 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미·중간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반도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도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과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반도체산업 육성법안을 처리 중이다. 조만간 대규모 지원 방안을 담은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법에 따라 지원받은 업체에 10년간 중국 내 생산능력 확장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최근 제기됐다. 그동안 법안 가결 시 현지 생산 시설을 확보한 삼성전자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중국 투자 제한 조항이 포함될 경우 대상에서 제외돼 인텔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인텔의 추격이 더 매서워질 수 있다. SMIC도 당장은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정부 대규모 보조금, 경쟁사 인재 빼가기 등을 통해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기술력을 쌓아 우리 기업을 긴장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칩 4' 동맹 참여 압박도 거세져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칩4 동맹'에 참여할지 여부를 8월 말까지 알려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한 가운데,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며 한국 정부에 날을 세우고 있다. 중국(홍콩 포함)은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동맹에 참여할 경우 반도체 최대 시장을 잃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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