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보금자리론 5% 넘으면 10년4개월만
적격대출은 판매 개시 후 첫 5%대
신혼부부 등 서민, 월급 절반은 원리금 갚아야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전날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연 1.75%에서 2.25%로 훌쩍 뛰어 올랐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보금자리론 등 서민 정책금융상품들의 금리도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의 7월 금리는 전월 대비 4.5~4.85% 수준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최소한의 수준인 0.25%포인트만 올린다고 해도 금리 상단은 5%대를 넘어서게 된다.
보금자리론의 금리가 5%를 넘어서는 것은 최저 적용금리 기준으로는 2012년 1월(5.0%), 최고 금리기준으로는 같은 해 4월(5.05%)이 마지막으로, 다음달 실제 인상이 이뤄지면 최고금리 기준으로 약 10년 4개월 만이 된다.
보금자리론 뿐 아니라 적격대출도 5%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금공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금리고정형 적격대출 금리는 지난달 보다 0.25%포인트 오른 연 4.85%로 운영 중이다. 이는 지난해 7월 3.07%에서 1년 새 1.78%포인트 오른 것이다. 고정금리형 적격대출의 금리가 5%를 넘어선다면, 이는 적격대출 판매를 시작한 2012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보금자리론의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의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과 물가 우려 등의 영향으로 금리 불안 요인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국고채 5년물 금리가 뛰어 올라 재원조달 비용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전날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2% 수준으로 올 초 보다 1%포인트 넘게 뛰어올랐다.
이에 보금자리론의 금리 상승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주금공은 지난 5월 보금자리론 금리를 한 번에 0.4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데 이어 6월에도 0.2~0.25%포인트, 7월엔 0.25%포인트를 올렸다. 이로써 보금자리론 금리 상단은 지난해 7월 3%에서 1년 만에 1.85%포인트 오르게 됐다.
문제는 보금자리론의 금리인상은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의 부담으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보금자리론은 약정만기(최장 40년) 내내 대출금리가 고정돼 서민·실수요자가 금리인상 시기에도 영향 없이, 매월 안정적으로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집값 6억원·연소득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 8500만원) 가구에 허용되며, 대출한도는 3억6000만원이다. 특히 실수요자들을 위한 상품인만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한도가 최대 70%로 높아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주로 이용해 왔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다는 정책금융의 장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지난해 7월 3%의 금리로 3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3억원을 빌렸다고 가정할 경우, 매월 내야하는 월납입금은 173만3305원이다. 하지만 보금자리론의 금리가 5%로 오르고 같은 조건으로 같은 금액을 빌렸다면 월납입금은 239만1286만원으로 무려 65만7981만원이 뛰어오른다. 총 이자가 1년 동안 1억5581만원에서 2억8058만원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라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2만5000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월급의 절반가량을 빚 갚는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3000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지난해 8월부터 전날까지 6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총 1.75%포인트를 올렸으니 지난 1년간 늘어난 이자만 23조1000억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114만1000원이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에 방어하기 위해 한은 역시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돼 서민들의 빚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는 없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대출금리 상승세도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며 "단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정책금융상품들의 경우 서민들을 위한 상품인 만큼 우대금리 등을 통해 급격한 이자부담을 막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금공도 청년·신혼부부의 상환부담 완화를 위해 5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를 도입하고, 체증식 상환방식을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에 신규 도입하는 등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체증식 상환방식은 대출 초기에는 상환하는 원금이 적고 이자비중이 큰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상환하는 원금 규모가 커지는 방식으로 매월 원리금이 증가하는 구조다.
금융당국도 금융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11일 취임식에서 취약계층 지원에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금융부문의 취약계층 지원 추경사업을 신속하게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8조5000억원 규모의 고금리대환대출, 30조원 규모의 채무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고 서민, 청년 등의 주거와 생활안정 지원을 위한 안심전환대출(40조원), 서민금융공급(햇살론유스등) 확대 등도 시행한다.
김 위원장은 "최근의 금리 상승, 자산가격 하락 및 고물가 추세는 민생경제, 특히 서민, 소상공인, 청년층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취약계층 지원은 범정부차원에서 전 부처와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해야만 하는 과제로, 금융당국도 취약계층이 어려운 고비를 잘 극복해 갈 수 있도록 필요한 금융지원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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