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번 금리 더 올라도 긴축 아냐"
중립금리 범위 하단, 아직 중립금리 수준 아냐
"한미 통화스와프 문제 자연스럽게 거론될 듯"
"물가 정점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
'영끌' 20~30대에 "부동산가격 조정될 수 있어" 경고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이유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다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은 고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연말 최소 금리가 2.75%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2.75~3.0%까지 기대하고 있는데 물가상승률이 6%를 넘어서면서고 있는 상황이라 이 같은 예측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2.75%가 될지 그 밑이 될지, 3.0%가 될지는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에 따라 유가가 변화할지 여러 요인에 달려있다"며 "지금으로서는 2.75~3.0%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최소 2.75%까지는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또 앞으로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8월에도 연속 빅스텝에 나설지에 대한 시그널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사실상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다.
그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만큼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되거나, 이와 달리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으로 실제로 다음달 연속으로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이 없다라는 표현은 너무 강한 표현 같다"며 "저희가 예상하는 경로대로라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조정하는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한 것인데,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화되면 정책 스탠스가 바뀔 수 있다"고 말해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그게(물가) 7%냐 6.5%냐 이런 것에 대한 판단은 금통위원들이 외환시장이나 성장률 등을 보고 판단 할 것"이라며 "몇 퍼센트 이상이면 다시 빅스텝을 하겠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금리를 더 올린다면 정상화가 아닌 긴축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한 두번은 더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긴축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중립금리는 학술적 개념으로 봤을 때 그 범위가 매우 넓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금리를 2.25%로 올려도 중립금리의 큰 범위에서 하단에 좀 더 가까워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까지는 중립금리 수준까지 왔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를 뜻하는데 기준금리 결정을 할 때 주요 잣대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시장에서는 중립금리를 2% 중,후반대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이 보다는 더 높아져야 한다는 뜻이다.
내년에 경기가 침체되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 판단하기는 성급하다"며 "앞으로 수개월간 경기가 변하는 것을 보고 경기와 함께 물가 상승률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전만 해도 유가가 110, 120달러로 올랐으나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며 유가가 최근 다시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며 "유가 선물 가격은 연말 정도면 90달러, 내년에는 80달러 중반으로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방문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가 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미 재무부의 업무가 아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할이기 때문에 옐런 장관과 통화스와프를 직접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만 지난번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때 양국간의 외환시장과 관련해 여러 방면을 고려하기로 한 만큼 이에 관해서는 자연스럽게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과 옐런 장관 사이에 의견 교류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빅스텝'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서는 "금통위 입장은 6% 넘는 물가 상승세가 계속되면 경기보다 물가를 먼저 잡는 것이 경기에도 좋고 전체 거시경제 운영에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불가피한 데 대해서는 "미국이 물가 상승률이 8%가 넘는 등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데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경기가 잘 버티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금리가 역전될 텐데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과거에도 세 차례 정도 금리 역전이 있었는데 금리 격차보다는 그로 인해 생기는 외환시장 자본유출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역전폭이 0.75%포인트냐, 1.0%포인트냐의 문제가 아니고 올라갔을 때 우리만 자본유출 영향을 받는지 아니면 전세계가 다 영향을 받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달러를 제외하고 전세계적으로 환율이 절하되고 있는 국면에서는 갭 자체 보다는 다른 나라 상황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떤지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며 "너무 예전처럼 무슨 큰 위기가 오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자이언트 스텝'으로 대응할 필요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미국보다는 물가 수준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 미국처럼 빠르게 자이언트 스텝을 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5~1.75%로 이번달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 상단이 2.5%로 올라 한국(2.25%)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높아진다.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올해 성장률이 2% 중반정도, 내년에는 2% 가깝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2% 밑으로 크게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해 주택을 구입한 20~30대에게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면서 "위험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경고의 메시지도 던졌다.
이 총재는 "이미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고 주가도 PER(주가수익비율)이 15까지 올라가는 높은 수준이었다"며 "금리 상승 국면을 통해 불가피하게 조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금리를 올리게되면 당연히 부동산 가격과 주식 가격은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20~30대는 경제생활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는 분들"이라며 "아마 집을 살 때 연 3% 이자로 돈을 빌렸다면 그 것이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을 건데 지금 경제 상황을 보면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고, 높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오래 갈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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