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미온적 수사 의혹에 "사실 은폐 및 축소는 가당치도 않아"
피해자 측 "음주운전 의심스러 음주측정 요구했으나 묵살 당해"
"경찰 수사는 도저히 못 믿겠다"며 검찰에 고소장 제출할 예정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는 30일 무면허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전직 총경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4일 오후 1시께 전주시 덕진구 오거리 사거리에서 자신의 BMW 차량을 운전하던 중 B씨 차량과 접촉 사고를 내고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1차선에서 좌회전하던 B씨 차량의 조수석 등을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B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며, '음주운전이 의심되니 음주 측정을 꼭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측은 "대낮에 사고를 내고도 도주하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음주 측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가해자 측은 뒤늦게 제3자를 통해 연락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 측에서 먼저 합의를 제안해 '보험 처리 및 경찰서에 진단서 제출 등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차량 수리비와 병원비 등 피해금 15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며 "이 과정에서 가해자 측으로부터 '사고를 낸 당사자가 전직 경찰 총경으로 사고 현장 관할 경찰서장이니 합의금 지급은 걱정하지 말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다음 날 돌연 '법대로 처벌받겠다'며 말을 바꿨다"며 "이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을 없애기 위해 시간을 끈 것과 다름없다. 결국 전직 경찰 고위 간부라는 신분과 과거 인맥을 이용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B씨 측은 "사고를 낸 전직 경찰서장은 아직 연락도 오지 않았고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도저히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가해 차량 운전자는 이번 사고 이외에도 여러 차례 사고를 낸 적이 있다고 한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 B씨 측은 검찰에서 수사를 대신해 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A씨는 전직 경찰서장으로 올해 면허가 취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도주 이유에 대해 '본사고 이전에 1차 사고가 발생하면서 2차 사고가 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황당한 이유를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가해 운전자가 전직 경찰서장이라는 사실은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뿐이지 사실을 은폐하려거나 축소하려 한다는 주장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무면허와 도주치상 혐의로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당시 A씨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음주 측정을 하지 못했다. 위드마크 공식(음주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으로 계산하는 방법)을 적용해 음주운전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음주 측정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가해 운전자와 통화된 시점이 사고 발생 후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면서 "자신이 운전자라고 밝히는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술을 먹었던 사람도 술이 깼을 시간이기 때문에 굳이 음주측정을 하러 경찰서에 출석해달라고 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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