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준씨 사건, 대통령기록물 공개 주목
2012~2013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
盧 NLL 포기 발언 없었지만 흐지부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 사건이 2012년부터 약 1년간 정국을 뒤흔들었던 남북 정상회담 NLL(서해 북방 한계선) 대화록 사건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2020년 9월 발생했던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며 당시 해양경찰과 국방부 판단이 틀렸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문재인 정부가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야당은 자진 월북이 사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당은 문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뤄진 비공개 설명 내용을 공개하자며 맞불을 놓고 있다.
NLL 대화록 공방은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시작됐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 당선인(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10월8일 통일부 국정 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 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 통일비서관 시절 열람한 대화록 내용을 당 지도부에 전달하고 이를 대선 이슈로 부각시켰다. 새누리당은 영토 주권을 포기한 굴욕 외교라며 국정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공격했다.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과 노무현정부 관계자들은 '완전한 날조이며 대선용 허위사실 유포'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2013년 들어 국정원 댓글 사건 규명에 화력을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그해 6월 국가정보원 개혁과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 박영선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해 NLL 포기 발언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짜놓은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NLL 국정조사부터 하자며 대화록 공개를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6월20일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정보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화록 발췌본을 단독으로 열람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을 확인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은 6월24일 국정원 명예회복을 이유로 대화록을 전격 공개했다. 국정원은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일반 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했다. 8쪽짜리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 부분'과 103쪽짜리 전문에는 NLL을 포함해 주한미군, 대미관계, 대일관계,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발언이 담겨 있었다. 내용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새누리당은 NLL 포기나 다름없는 발언이었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문 전 대통령은 6월30일 국론 분열 종식을 위한 대화록 원본 공개를 재차 제안하며 "만약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NLL 관련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으로 드러나면, 제가 정치를 그만 두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대화록 원본이 없었다는 점이다. 여야 열람위원단이 국가기록원에서 수일간 찾았지만 대화록 원본은 없었다. 결국 여야 열람위원단은 7월22일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대화록 공방은 사초 폐기 논란으로 번졌다.
조사 결과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이 2007년 10월부터 2008년 2월까지 2007년 남북 정상 회담 회의록을 수정해 노 전 대통령에게 전송한 후 회의록 문서를 파쇄하고 기존 회의록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를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는 8년여 만인 올해 2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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