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잇단 토론회서 '이재명 책임론' 분출…당대표 '빨간불'?

기사등록 2022/06/15 17:18:46 최종수정 2022/06/15 17:51:43

최대 모임 '더미래', 초선, 재선 등 연달아 토론회

"이재명 후보 책임 분명"…전당대회 불출마 요구도

李 측 침묵 유지…23일~24일 당 워크숍 주시할 듯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더미래 대표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주최한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준호 의원, 김기식 더좋은미래 연구소 소장, 기동민 의원, 송갑석 의원, 오기형 의원. 2022.06.15.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안채원 홍연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연달아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대선·지방선거 평가에 돌입했다.

이과정에서 선거 패배에 대한 이재명 의원의 책임론이 전면 제기된 가운데,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이날 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이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분출됐다.

발제를 맡은 김기석 더미래 연구소장은 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문재인 정부 심판 선거라는) 구도를 극복하지 못한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못박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 상황만큼이나 대장동 개발 특혜 연루 의혹과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의원의 개인적 문제도 선거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그는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도 이재명 의원을 내세운다면 '제2의 이회창'이 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회창 전 총재가 1997년 대선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후 한나라당 총재로 당권을 장악하고 총선 공천권을 행사했다가, 2002년 대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시며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축소됐다. 

오는 8월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 의원만을 정치적 자산으로 고집한다면  향후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더민초)는 토론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에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 책임자와 계파갈등 유발자, 문재인 정부 책임자는 출마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당권 도전이 유력한 이재명 의원과 친문 중진 전해철·홍영표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와 대선에 책임이 있는 지도부나 계파 갈등 양산, 문재인 정부 5년에도 크게 책임이 있는 분들이 이번에는 2선으로 물러서고 기존의 지도부에 들어있지 않은, 책임지는 위치에 있지 않은 새롭고 참신한 지도부가 구성되는 게 국민의 바람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재선의원들의 토론회에서도 이 의원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동근 의원은 이재명 후보로 치른 대선 이후 당내 퍼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기류를 비판하며 "책임정치가 실종됐다"고 일갈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신동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위기 극복을 위한 평가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왼쪽은 김병욱 의원. 2022.06.15. (공동취재사진) photo@newsis.com
패배한 선거의 후보로 뛴 이 의원이 몇 달만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와 이재명 의원의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코미디", "품앗이 공천"이라 표현하며 문제 삼았다.

다만 이 의원과 가까운 김병욱 의원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에게 연달아) '너희에게 정권을 주지 않겠다'는 상황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하는 것이 선거 진 것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이재명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이날 여러 토론회에서는 '팬덤정치'에 대한 비판적 의식도 공유됐다. 당내 주류 '팬덤'이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로 구성돼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의원에 대한 견제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재선인 김 의원은 선거 패인 중 하나로 "강성당원의 의사표시 발언"을 꼽으며 "자기를 지지하는 당원과 멀어진다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과감히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선인 오기형 의원은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층들 사이에서 '반이재명계' 의원들을 폄하하는 뜻으로 쓰이는 '수박' 표현을 두고 "70년대 체제 하에서 빨갱이 낙인을 찍고 말 못하게 하는 게 있었는데, 최근 수박 논쟁이 그런 것"이라며 "부끄럽게 생각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도 "분열을 부추기는 요소로 강성 지지층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조직된 시민과 당원은 양면성이 있다. 당내 민주주의가 확대·강화되는 반면 포퓰리즘이 지배하는 정당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수를 초월한 여러 의원 모임에서 이 의원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고 사실상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청하고 있지만, 이 의원 측은 침묵 중이다.

여전히 권리당원들 사이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고, 현재 다양한 토론회를 통해 당내 여러 의견이 모이는 과정인 만큼, 오는 23일~24일 개최되는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의 논의까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다만 평소 이 의원과 각을 세워온 의원들이 개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에서 나아가 조직화된 모임에서 이 의원의 책임론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은 이 의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 의원 측은 8월 전당대회 준비가 본격화되기 전인 내달 초까지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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